[러시아/니주니노브고로드]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7
예카테린부르크 역에서 니주니노브고로드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데 기차가 이전과 달리 삐까번쩍했다. 예매 당시에 다른 기차들 보다 조금 비싼 느낌은 들었지만 그것이 시설이 바뀔 줄은 몰랐다. 신형 기차인지 외관이 굉장히 말끔했다. 화장실은 비행기의 화장실 처럼 깔끔했고 각각의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핸드폰 충전이 가능했다. 충전을 위해서는 항상 화장실쪽의 복도칸에서 죽치고 앉아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날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
기쁜 마음도 잠시 사람 마음의 참 간사한게 이전과 달리 기차 탑승시간이 짧다는게 아쉽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기차를 예매할 때 같은 조건인데 가격이 조금 비싼 기차가 있다면 무조건 비싼 기차를 예매하는게 좋다. 돈 값은 충분히 하는 것 같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산 즉석식품과 러시아 친구들에게 받은 전투식량을 뜯어서 맛을 봤다. 햄은 맛있었지만 치즈처럼 보이는 저것은 한입먹고 버렸다.. 비스켓은 딱딱하고 퍼석해서 마실 것이 없다면 먹기 힘들다.
당시 니주니노브고로드의 날씨는 매우 흐림, 구름이 잔뜩 끼어 구름인지 하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안그래도 추운데 눈만 안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차에서 내려 역에 있는 보관소에 배낭을 맡겼다. 가격은 160루블이었다. 내리자마자 한 것은 밥을 먹으러 가는 것, 맥도날드가 눈에 보여 주문을 하려는데 오전 시간이기 때문에 맥모닝만 된다고 하여 맥모닝을 주문했다. 당시 시간이 09:58 이었는데 주문을 마치고 2분뒤, 메뉴판이 햄버거로 싹 바뀌는 것이 아닌가. 10:00 부터 일반 메뉴로 바뀌는 것을 모르고 맥모닝 메뉴를 먹었다. 물론 맛있게 먹었지만 그 보다 햄버거 메뉴를 먹고 싶어 아쉬움이 남았다.
버스 정류장, 상당히 불친절한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처음 목표로 했던 크렘린을 가기위해 교통편을 찾아 보았다. 크렘린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탑승해야 했는데 현지 언어를 모르는 입장에서 버스는 참으로 난감한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다. 타는 것도 문제지만 일단 타고 나서도 언제 내려야 할지, 어디서 내려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상당이 어렵다. 필자는 타는 것은 잘 탔는데 내려야 할 곳에서 버스 기사분이 내려주지 않고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버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결국 한개 정거장을 걸어서 되돌아가는데 눈도 많이 쌓여있고 급경사도 많아 위험한 구간이 꽤 됬다.
보기보다 굉장한 내리막에 눈이 얼어붙어 위험했다.
한참을 되돌아가는데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차도에 차만 쌩쌩 다니고 사람이 안다니다 보니 길이 엉망이여서 상당히 힘들었다. 언덕 위로 다니다가 마지막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눈이 얼음으로 변해 내리막 길이 굉장히 위험했다. 정말 말 그대로 둘이 걷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길이다. 원래 정상적으로 내렸어야 할 정류장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앞에 큰 고지가 있었다. 고지로 올라가면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시내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지 보며 내가 갈 곳의 위치를 파악했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습니다
위쪽 언덕에 공원이 보여 공원을 지나쳐 이동하기로 결정하고 움직이니 공원의 눈을 치우는 분들이 계셨다. 직업 일로 보였는데 굉장히 힘든 숨소리를 내며 치우고 계셔 간접적이나마 고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 공원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상들도 곳곳에 있었다. 고양이를 찾는 공보문도 있어 거주지역에 와있구나 하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공원의 다리는 굉장히 황량했지만, 사실 여름에 오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인 것 같다. 다리에 자물쇠가 잠겨있는 걸 보니. 겨울에 보면 굉장히 삭막하고, 자물쇠조차 차가워서 손에 달라붙을 것 같다. 남산같은 느낌이 아니라 고물상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러시아에서 처음 본 원조 시베리안 허스키다. 지나갈 때 물까봐 좀 무서웠는데 내색은 안했다. 왜인지 주인이 목줄을 안했지만 따질 순 없었다.. 호다닥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Cathedral Church of the Blessed Virgin Mary
언덕에서 공원을 거쳐 계속해서 이동하다 보면 큼지막한 성당이 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제대로 찍고 싶었으나 워낙 골목골목을 지나가다보니 어쩔수없이 가까이서 찍게되어 아쉬웠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내에 도착했으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개인적으로 눈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눈이 밟히면 정말 지저분하다. 그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러시아 거리는 지저분하다. 한참을 인적이 드문 곳을 걷다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오니 기분이 좋았다. 거리에는 트램이 다니는 길이 나있어 트램을 탈 수도 있었지만, 거리가 굉장히 예뻐서 계속해서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거리에서는 여러 조형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동서양경계비가 있는 예카테린부르크를 기점으로 점점 건물이나 도시가 유럽의 스타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유럽은 한번도 안가봤다)
계속해서 걷다보면 이제 앞에 크렘린이 보이기 시작한다. 니주니노브고로드의 크렘린은 성의 형태로 되어 크렘린을 처음 보는 나는 성처럼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다. 크렘린 내부로 들어가는데 별도의 입장료는 없었으며 그냥 들어가면 된다.
크렘린 내부로 들어가 중앙으로 이동하면 영원의 불꽃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 주변에는 군인들이 근무를 서고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부동 자세로 눈동자만 움직인다. 마침 내가 보고 있을 때 교대를 하는데, 여느 군인들이 그렇듯 교대받는 군인의 표정은 너할나위 없이 밝았다. 제식에 대해 굉장히 강조를 받는지 팔다리를 직각으로만 움직이며 심지어 걸어가는 길도 반드시 직선으로만 움직인다. 그 모습이 너무 과해 딱히 멋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특이한 점은 남군과 여군이 함께 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여군이.. 굉장히 미인이셨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그런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할 따름이였다.
크렘린의 다른 곳은 박물관의 형태로 쓰이는 듯 하다. 퇴역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성벽 쪽으로 올라가 이동하면 실내 박물관이 있다. 다만 실내 박물관은 입장료가 있는데 정확한 가격이 생각나지는 않으나 꽤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실내로 들어가면 군사 관련된 전시와 니주니노브고로드의 생태계에 대한 전시가 있다. 필자에게 군사 관련된 전시는 약간 익숙해서 따분했으며, 생태계 관련된 전시는 관심이 없어 지루했다. 하지만 두 가지 외에 딱히 할 것이 없기 때문에 한번쯤은 들어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나가는 길에 크렘린 외벽이 이뻐서 찍었다. 크렘린 내부 안내 지도는 들어갈 때 못보고 나갈 때 봐서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됬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까봐 참고용으로 올렸다. 중앙에 위치한 건물은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업무를 보는 곳인 것 같다.
Chkalov Staircase
크렘린에 들어갈 땐 남문을 통해 들어와 한 바퀴 쭉 둘러본 뒤 북문을 통해 나왔다. 북문으로 나오니 웬 군인들이 잔뜩 지나가는데 잘은 모르겠으나 생도들이 견학을 온 느낌이었다. 북문으로 나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넓은 강이 나오고 주변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름이였다면 꽤나 이쁘고 산책하기 좋았을 것 같지면 겨울이었기 때문에 꽁꽁 언 강 위에 눈이 쌓여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땅인지 구분이 안되는 모습이었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RUSSIA 2018'이라는 조형물을 봤는데 당시의 필자는 이 의미를 몰라 지금 2017년인데 왜 자꾸 도시마다 2018년의 조형물이 있는거지? 라고 생각 했던게 기억난다. 얼마전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러시아 월드컵을 기념하는 조형물이었다. 러시아에 1년만 늦게 여행을 왔으면 월드컵을 직관할 수 있었을 텐데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개인적으로 니주니노브고로드는 그렇게 볼 것이 많은 도시는 아닌 것 같다. 미리 한국에 있을 때도 그렇게 생각하고 무박, 아침에 내려 구경하고 저녁에 기차를 타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다만 기차에 주구장창 오래 타고 있을바엔 여러 러시아 도시를 들려 걷고 보고 느끼는 재미가 훨씬 크기 때문에 기차를 오래 탄다면 일정 사이사이에 유명하지 않은 한두 도시를 넣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3조각을 사면 할인을 해드립니다
기차역 주변으로 다시 돌아와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다. 2조각만 먹으려고 했는데 3조각을 사면 할인을 해준다는 자본주의적 상술에 넘어가 3조각을 만족스럽게 먹었다.
다음 목적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실 역 순서, 철도 순서대로 하면 모스크바에 먼저 도착해야 하지만 러시아에 대해 제대로 안알아보고 비행기 표를 구매해 모스크바 발 인천행 비행기를 구매했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가 모스크바여야만 했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지나쳐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관광하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일정을 짰다. 드디어 러시아의 대표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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