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상트 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8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역
니주니노브고로드에서 기차를 탑승하고 15시간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 때 좀이 쑤셨던 것에 비해 15시간 정도는 이제 거뜬하다. 확실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맞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핀란드로 넘어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핀란드 또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몰랐던 나는 러시아에서 여행이 끝났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는 긴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관광을 하고 싶어 다른 도시에서의 시간을 촉박하게 갖고 최대한 시간을 몰빵했다.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3박4일, 모스크바에서는 5박6일의 시간을 땅겨 올 수 있었다. 게다가 사실 대부분의 도시가 관광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기 부터는 페이지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스크롤 압박을 주의하길 바란다. 사진도 많아서 데이터가 많이 나갈 수 도 있다.
# 1일차: 시내 맛보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1시쯤, 우선 미리 예약한 숙소부터 찾아갔다. 숙소는 물론 게스트하우스, 러시아의 숙소는 대부분 간판이나 이렇다할 표시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찾기 어렵다. 물론 내가 숙소를 선정할 때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건이 가격이기 때문에 저렴한 숙소였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에 세워진 계획도시기 때문에 건물이 ㅁ자 형태로 규칙적으로 생겼다. ㅁ자 모양으로 생긴 건물에 가운데 부분은 비어있어 가운데로 들어가 ㅁ자 내부에서 숙소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이 있었다.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지만 위 사진처럼 내부로 들어가야 제대로 찾아왔는지 알 수 있다. 밖에서 봤을 땐 전혀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를 찾아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투숙객들로 내부가 북적였다. 다만 투숙객들은 나 같은 여행객이 아니라 대부분이 현지인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저렴한 숙소를 위주로 찾아가서 그런지 러시아인 임에도 저렴한 숙소를 찾아 장기투숙을 하며 생활하는 듯하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이전 도시의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이런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투숙객은 젊은 사람들 부터 노인 분들까지 성별, 연령대가 매우 다양했다. 또 오래 같이 지낸것인지 서로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지낸다. 덕분에 내가 돌아다니면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부담스러웠지만 겉으로 내색은 안했다.
여태까지의 도시에선 시간을 정해놓고 촉박하게 움직였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긴 일정을 가지고 조금 여유롭게 관광을 하고 싶었다. 하여 상트페테르부르에선 4박5일의 일정을 잡았다. 미리 계획해둔 것도 없어서 가지고 온 가이드북을 꺼내 주요 관광지를 찾아보며 계획을 세웠다. 가이드북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와 위주의 안내였기 때문에 기존의 도시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지만 주요 2개 도시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어서 아주 편리했다. 굳이 살필요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가면 좋다. (필자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갔다)
기차에서 내린 첫날은 피곤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관광보다는 계획한 코스를 둘러볼 겸 시내로 나갔다.
State Russian Museum
숙소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러시아 미술관으로 향했다.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고 주변만 서성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였다. 입장료가 있고 학생 할인이 가능하며 반드시 국제학생증이 가지고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미술관의 앞에는 공원이 하나 있는데 러시아 공원에는 역시 동상이 빠지면 섭섭하다.
Church of the Savior on Spilled Blood
다음은 '피의 구원' 사원이다. '피의 구원' 사원도 러시아를 검색하면 대표적으로 봤던 사진으로 드디어 굉장히 유명하다고 말 할 법한 관광지에 도착했다.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외형은 굉장히 특이하고 매력있었다. 입장료가 있고 학생 할인이 가능하다.
핫 플레이스라 그런지 대형 관광버스가 자주 보이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사원 옆에는 수로가 지나가는데 혹한의 날씨로 모두 꽁꽁 얼어있다. 여름에는 배가 다닐까 궁금증이 생겼다. 겨울에는 배 대신에 비둘기가 걸어다닌다.
'피의 구원' 사원의 뒤 쪽으로 이동해서 길을 따라 계속 이동하면 에르미따쥐가 있는 팰리스 광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며 거주지를 지나 이동했다.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났는데 이렇게 추운데 고양이는 한국의 고양이와 다를바가 없어 '안춥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여행 당시에는 도스도예프스키라는 유명한 러시아의 작가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은 읽은 적이 없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군 부대 북카페에서 죄와벌이라는 책을 봤다. 책의 배경이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하길래 호기심을 가지고 봤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거리, 건물, 다리 등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머리 속에서 영화를 보듯 그려졌다. 굳이 여행 전에 읽어 볼 필요는 없지만 여행을 다녀와서는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죄와벌' 순례길이 있는데 '죄와벌'에서 묘사되는 거리와 등장인물의 집, 배경이 되는 건물들을 따라 다니는 것이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소설을 재미있게 봤다면 정말로 추천하고 싶다. (필자는 안가봤다)
팰리스 광장에 도착하면 탁 트인 굉장히 넓은 광장이 나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팰리스 광장에는 에르미따쥐와 알렉산드르 원주, 개선문이 있다. 에르미따쥐는 겨울 궁전이라고도 불리며 안으로 들어가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진 줄을 볼 수 있다. 매달 첫번째 목요일에는 에르미따쥐의 입장료가 무료인데 이때는 줄이 정말정말 길지만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아무때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굳이 무료인 날에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넓은 광장을 잘 보면 전통의상으로 코스튬을 하고 돌아다니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이 분들은 혹한의 날씨에도 직업정신을 발휘하시는 '장사꾼' 분들이시다. 돌아다니며 관광객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찍은 뒤 요금을 청구하시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그나저나 아무리 껴입어도 추운 러시아의 겨울에 코스튬이라니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다.
St.Peterburg House of Books
유명하고 오래된 건물, 싱어 빌딩의 돔 끄니기이다. 독특한 외형으로도 유명한 돔 끄니기는 서점으로 각종 책 및 기념품을 판매한다. 2층에는 카페가 있다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종류의 책과 기념품이 있지만 자리가 자리인데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가격은 매우 부담스럽다. 나는 구경만 하고 따로 구매한 것 없이 나왔다.
Kazan Cathedral
서점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카잔 성당이다. 굉장히 넓고 웅장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낮에 보는 것도 멋있지만 야경이 특히 멋있는 성당이기 때문에 저녁 때도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내부는 나중에 들어갈 계획으로 주변만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했다.
점심을 먹을 식당으로 채택된 곳은 카잔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시티 그릴, 대학 동기인 러시아어학과 친구가 추천해 준 햄버거 가게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가격도 평범했다. 나는 가게 이름이 들어가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다. 이름이 씨티 버거였나.. 수제버거로 '와 이건 진짜 미쳤다'의 평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만 했다.
이후 너무 추워서 숙소로 들어가 잠시 몸을 녹이며 쉬다가 다시 나왔다.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벌써 어눅어눅해지기 시작했다.
Bronze Horseman, Monument To Peter I
표토드 대제 청동 기마상과 성 이삭 성당
The Museum Complex The State Museum St. Isaac’s Cathedral
다음 목적지는 성 이사악 성당이다. 이 곳은 성당의 위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는 해가 지기 직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 때 올라간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내와 야경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성당의 앞 뒤로 동상이 위치해있다. 하나는 표트르 1세, 나머지 하나는 니콜라이 1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의 습지 위에 세워진 계획 도시이기 때문에 표트르 대제와 관련된 상징물이 많이 있다. 야간에 가면 조명이 켜져 성 이삭 성당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Central Exhibition Hall
Boris Yeltsin Presidential Library, 공립 도서관
The Palace Bridge
모두 성 이상 성당의 주변에 위치해 있다. 네바 강변은 화려한 야경을 보며 걷기 좋은 산책로가 된다. 이렇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날이 지난다.
# 2일차: 에르미따쥐
2일차의 시작은 에르미따쥐 박물관이다. 어느 후기에서 봤을 때 돌아보는데 3시간은 걸린다고 했는데 나는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에르미따쥐 박물관(겨울 궁전)은 400루블 정도의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국제학생증이 있다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매달 첫번째 목요일에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을 하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오늘이 무료 개방하는 날이었다. 국제학생증을 만들어가 원래 무료로 볼 수 있었던 나는 줄이 너무나 길어 다른 날 올까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줄을 섰다. 10시에 줄을 섰는데 12시가 다 되서야 입장했다. 정말 추운데 밖에서 오들오들 떨던 것을 생각하면.. 무료 개방하는 날은 피하길 바란다.
겨울 궁전에서는 500루블을 내면 한국어를 지원하는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이드북에는 350루블이라고 되어있는데 왜인지 당시 나는 500루블을 냈다. 또 500루블과는 별개로 보증금 2000루블을 내야한다. 나중에 다시 받는 돈이지만 현금이 꽤 필요하므로 미리 뽑아가야한다. 보증금이 없어서 나가 돈을 뽑아오면 그 긴 줄을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오면서 한국어 설명이 가능한 곳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어 지원이 되는 전시물만 나오면 서서 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시간이 오래걸렸다. 오랜만에 설명을 듣다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관람을 끝내고 나오니 나는 녹초가 되있었다.
10시에 줄을서 12시에 입장 후 17시가 넘어서 나왔기 때문에 에르미따쥐 박물관 말고 다른 곳을 가기엔 애매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관람을 마치고 건너편에 있는 청사로 넘어가 에르미따쥐 신관을 가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길어진 관람에 신관은 마감해버려 들어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미루었다.
Pyshechnaya(Пышечная), 쁴쉬끼 도넛
쁴쉬끼 도넛은 1958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아직까지도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도넛가게이며 2008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 주요 문화재 목록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방문하니 굉장히 줄이 길게 있었고, 내부는 굉장히 초라하고 테이블도 몇개 없지만 사람이 북적여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도넛 특성상 설탕가루인지 가루가 떨어져 지저분하게 먹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자리도 지저분하기 때문에 감안해야한다.
러시아식 찰도넛, 밀크커피, 홍차를 주문 할 수 있는데 도넛은 약간 매우쫄깃하고 부드러운 우리나라의 꽈배기같은 느낌이다.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워낙 유서깊고 유명한 도넛이기 때문에 안먹어보면 후회할 것 같다. 밀크 커피는 딱 우리나라의 커피믹스 맛이다. 특출날 것 없는 맛이지만 많은 현지인들과 같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주문하고 도넛을 먹으면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대신 가격은 굉장히 저렴하다. 은근 배가 부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너무 많이 주문한다면.. 배부르게 드시길 바란다. 당 떨어져서 혼자 8개를 주문했는데 배불렀다. 참고로 이 곳은 현금만 받기 때문에 줄을 한참 기다리고 현금이 없어 못먹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굉장히 찾기 쉽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찾기 어려웠다. 저 거리를 뺑글뱅글 몇번을 돌아다녔다. 길을 정말 잘 찾는 편인데 길은 잘 찾았으나 가게가 눈에 잘 안띄어 몇번을 지나쳤다. 책의 지도를 보고 찾다보니 불편했기 때문에 지도를 첨부한다.
The Palace Bridge
Kazan Cathedral
Church of the Savior on Spilled Blood
State Russian Museum
러시아 미술관 앞 공원
도넛을 먹고 차린 기운으로 시내를 걸으면서 산책하고 숙소로 복귀했다.
# 3일차: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및 시내 야경
3일차의 계획은 여름 궁전 > 예카테리나 궁전 > 파블롭스크 궁전 > 에르미따쥐 청사 > 성 이상 성당 / 전망대 이다. 여름 궁전, 예카테리나 궁전, 파블롭스크 궁전은 모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교외 지역에 위치해있어서 시내에서 상당히 멀리 나가야한다. 해서 모두 한 날에 묶어서 움직이려고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파블롭스크 궁전은 가지 못했다. 파블롭스크 궁전은 매주 금요일 휴관한다. 러시아의 대부분은 월요일에 휴무인데 파블롭스크는 금요일이었다. 박물관이나 궁전 등을 방문할 땐 반드시 휴일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워야한다.
교외 지역으로 나가 여름 궁전을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강으로 수중익선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과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다. 수중익선은 편도 700루블의 30분, 대중교통은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편도로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가야한다. 나는 러시아의 지하철을 타보고 싶어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다. 본인이 길치라고 생각된다면 편하게 수중익선을 타고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서브웨이가 바로 앞에 있는 어느 역까지 가서 내린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굉장한 시골 마을에서 내려 버스 환승을 한뒤 한참을 간다. 이 모든 정보는 러시아 지도 어플인 2GIS를 이용하면 자세하게 나와서 문제가 없지만 특히 버스를 타면 어디서 내려야하고 이 버스가 맞나 하는 걱정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진다. 버스를 타도 어디서 내려야 할 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로하다. 하지만 그 만큼 보람도 있기 때문에 시도해 볼만 하다. 하지만 그 보람은 성공했을 때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할 것.
러시아의 지하철은 어떤 역은 굉장히 화려하고 어떤 역은 굉장히 초라하다. 다만 공통적으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굉장히 깊게 내려가야한다. 한국에 있을 때 러시아 소설, 메트로 시리즈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핵전쟁이 일어난 세상에서 지하철 대피소에 남은 사람들만이 살아남아 지하에서 생존한다는 내용인데 왜 핵전쟁에서 살아남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대피소 기능을 겸하기 때문에 깊은 것이라고 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러시아를 여행 전 걱정했던 부분이 인종차별주의자인 스킨헤드였다. 지하철 같이 밀폐된 곳에서 스킨헤드를 만나 피떡이 되도록 맞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한 나는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타보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름 궁전 지도
여름 궁전은 정말 여름에 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여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여름 궁전은 황금색 동상과 수 많은 분수를 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인데 겨울에는 분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서 사람도 많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요하고 조용하다. 여름에 왔다면 굉장히 시원하고 아름다운 분수가 펼쳐져 있을 것 같다. 여름 궁전에도 전시관이 있긴 한데 바로 전날 에르미따쥐를 다녀와서 그런지 초라해 보였다. 입장료는 550루블로 학생 할인을 받으면 300루블에 입장이 가능하다. 내부 전시에 비해서 입장료가 비싸다.
가이드 북의 여름 사진을 보면 굉장히 화려하고 내가 찍은 황량한 사진과는 딴판이다. 분수는 5월에서 10월까지 운용한다고 한다. 여름 궁전 내부 로비에는 기념동전 자판기가 있는데 기념으로 하나 뽑아 왔다.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금을 미리 준비하자.
여름궁전에서 예카테리나 궁전을 가기 위해서는 또 꽤나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2GIS 어플을 잘 이용하자.
버스를 타고 예카테리나 궁전에서 가까운 정류장에 내렸다. 지도 어플만 있다면 이렇게 허허 벌판에 버려져도 잘 찾아 갈 수 있다.
예카테리나 궁전의 모습이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표트르 대제가 황후인 예카테리나 1세를 위해 지은 궁전이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호박방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호박방은 방 전체가 호박으로 뒤덮여 총 6톤의 호박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약탈당했으나 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 후 2003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호박방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에 한껏 담아왔으나 벌써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관람객이 많지 않아 쾌적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관람했으나 성수기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하니 시간대를 잘 설정하는게 좋겠다. 입장료는 400루블로 학생 할인을 받으면 200루블에 입장 할 수 있다.
가이드분이 계시지만 러시아어로 설명하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혼자 다니며 구경했다. 여름 궁전과는 다르게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부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금색으로 번쩍거리고 휘황찬란한 모습이 너무 화려하다 보니 한국이나 동양의 양식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에르미따쥐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때문에 에르미따쥐를 방문하기 전에 교외의 여름 궁전과 예카테리나 궁전을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호박방에서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니 눈으로 많이 담아두길 바란다. 가끔 몰래 사진 찍는 사람이 보이는데 굉장히 몰상식해 보인다.
예카테리나 궁전에서의 관람을 마치니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전망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에르미따쥐 신관이 아니라 성 이삭 성당으로 먼저 이동했다.
성 이삭 성당은 250루블, 학생 할인 시 150루블에 입장 할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300루블의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 성당을 들어서니 기도(?)가 한창이었는데 신부님께서 기도문을 읽는 것 같은데 그 것이 굉장히 리듬과 운율이 있어서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성당 내부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내부가 굉장히 화려하고 볼 것도 많다. 참고로 필자는 무교이다.
원형으로 생긴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내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라푼젤의 성을올라가는 느낌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서울이 얼마나 고층빌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하면 러시아 제2의 도시인데 높은 건물이 없다는 것은 새삼 신기하긴 하다. 전망대를 올라 갈 땐 해가 지는 시간을 잘 맞춰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야경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 위에 서서 잠시 여유를 가지며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렸다. 하나 둘씩 켜지는 불을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야경까지 보고 난 뒤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혼자 여행이라 나를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다른 사람들 사진만 찍어주다가 내려왔다. 올라올땐 몰랐는데 내려가는게 꽤나 무섭다.
The Museum Complex The State Museum St. Isaac’s Cathedral
Monument To Nicholas I
Parkovka Isakiyevskaya Ploshchad'
The State Hermitage Museum
The General Staff Building
전망대에서 내려 온 뒤 야경을 둘러보며 에르미따쥐 신관으로 향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21시까지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도 입장 할 수 있었다. 본래 겨울 궁전의 3층에 있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에르미따쥐 반대편에 위치한 참모 본부의 새 전시장, 신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겨울 궁전의 긴 줄에 비해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신관은 바로바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줄이 너무 길다면 신관부터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신관도 에르미따쥐(겨울 궁전)의 표로 입장하는 줄 알았는데 신관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새로 구매해야 했다. 학생 요금이라서인지 원래 따로 구입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랬다. 신관에는 피카소, 파사로, 고흐 등과 같이 예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알아볼만한 유명한 그림들이 있으니 꼭 들려보길 바란다. 더불어 현대미술과 같은 해괴한 것들도 많다. 3일차는 정말 긴 하루였다.
이 날의 저녁 사진이라고 찍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뷔페식 음식점에 들어가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을 담아 담은 음식의 값을 계산하는 방식이었는데 음식점의 위치가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잡곡밥에 고기를 먹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러시아의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당시에 파블롭스크 궁전을 가지 못해 정말 아쉬웠는데 지금 후기를 쓰며 되돌아보니 열었다고 해도 시간이 없어서 못 갔을 것 같다.
# 4일차: 방콕, 재충전
4일차는 13시에 모스크바로 떠나는 기차를 타는 날이다. 이 날 또한 매우 다사다난 했는데 이 이야기는 모스크바 편에서 이어지겠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 전 날 쌓인 여독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을 오래 하다보니 방콕만큼 편한게 따로 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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