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1
인천 공항에서 저녁(6시쯤) 비행기를 탑승, 인천국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 2시간 30분가량 소요되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인천에서 육지, 그것도 북한 상공 임에도 돌아서 가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여 지나갔다. S7은 러시아의 항공사로, 중국이나 러시아는 그 위를 지나도 문제가 없는듯 하다. 창문 밖으로 신기하게 지상을 보는데 풍경에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마 전기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S7 항공 기내식, 샌드위치와 사과주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을 나눠주었다. 기내식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배고프던 참이라 감사히 먹었다. 메뉴는 샌드위치와 각종 주스, 물, 탄산류 였으며 샌드위치는 솔직히 굉장히 저렴한 맛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가 착륙할 때 굉장한 경험을 했다. 비행기가 땅에 무사히 착륙하자 여기저기서 환호 소리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어.리.둥.절. 너무 이상해서 예전부터 비행기를 안타 본 친구들을 놀릴 때 신발을 벗고 타야한다며 놀리는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러시아에선 비행기가 착륙하면 그렇게들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거짓말 같겠지만 진짜니까 꼭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착륙시 누구보다 먼저 박수와 환호를 하길 바란다. (정말 놀리는거 아니고 진짜임)
비행기에서 내린 후 입국심사를 거치는데 심사 간 작은 종이 쪼가리를 준다. 뭔진 모르겠으나 중요한 거라고 버리지 말라는 말을 살짝 알아들었다. 이후 애지중지 여권에 끼워 보관했는데 한국으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탈 때 보여 달라고 요청하니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잘 보관하길 바란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바아우복톡
사전에 공부를 전혀안했기 때문에 러시아의 키릴 문자는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처음 러시아에 문자를 읽은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굉장히 오래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공항에는 해산물 가게와 유심을 판매하는 가판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 그리고 ATM이 있었다. 해산물을 구매해서 비행기에 탑승하는게 가능했던가? 해산물 가게는 도통 왜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공항에 도착했을 땐 늦은 저녁, 공항 내부에 상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택시 호객을 하는 택시 기사들이 낯선 여행자들을 맞이 했다. 나오자 마자 어느 가격을 부르면서 호객 행위를 하는데 현지 사정에 눈이 어두운 여행객을 노리고 바가지를 씌운다. 아무것도 모르고 택시 기사에게 설득당하기 직전 어느 한국분이 필요없다고 말하며 택시 기사와 나를 떼어 놓았다. 한국분은 현지에서 여행 가이드를 준비하며 유학을 하는 유학생으로 몇가지 팁을 알려주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블라디보스토크 시내까지 가는 버스 정류장이 공항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107번 버스. (현금필요)
· 버스 시간이 안 맞아 택시를 타야 할 경우, 호객행위를 하는 기사가 아닌 노란색의 택시 서비스 창구가 공항 1층 중앙에 있는데 그곳에 문의하면 훨씬 저렴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 유심은 공항이 아니라 시내에서 사면 더 저렴하다.
버스 정류장은 한국처럼 지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표지판 하나만 세워져 있어 못보고 지나칠 수 있으니 잘 찾아보길 바란다. 대체로 사람들이 서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찾기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첫 숙소, Mattress, Matros & Albatross
우여곡절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시내에 도착했다. 시내까지 가까울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꽤나 멀기 때문에 버스를 추천한다. 시내에 도착해서 바로 예약했던 숙소로 이동, 미리 캡처해둔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데 길눈이 밝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4천원 가량 했던 것 같다. 예약은 Booking 어플을 이용했고 결제는 숙소에서 신용카드를 결제했다. 6인실로 내부는 최근에 지었는지 상당히 깨끗하지만 좁았다. 겨울이라 비수기인지 빈자리, 빈방이 많았다. 주방은 자유롭게 이용하면 되는듯 하나 혼자라 주방이 부담스러워 그냥 조용히 잠만 잤다. (쭈구리가 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지도
여행 중 참고한 블라디보스토크 지도로 대부분 이 지도를 보면서 돌아다녔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블라디보스토크는 큰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1박2일, 넉넉잡아 2박3일이면 충분한 여행지다. 도보 여행이 충분히 가능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기 좋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금각교와 주변 풍경
주변의 풍경과는 달리 전망대 자체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굉장히 초라하다.
전망대 근처를 잘 찾아보면 막다른, 이상한 길이 많다.
전망대로 향하는 지름길, 전차(케이블카)
아침 일찍 숙소를 떠나 처음으로 이동한 곳은 바로 독수리 전망대였다. 독수리 전망대에서 일몰과 야경은 꼭 봐야한다고 하나 일정상 일몰은 불가능해 일출을 보기로 했다. 케이블 카가 있다고 해 케이블 카를 찾아 아침 일찍 출발했으나 엉뚱하게 걸어서 독수리 전망대에 도착했다. 케이블카의 케이블이 공중에 높게 있을테니 하늘만 보면서 가면 나오겠지하고 무작정 걸었던 것이 실수였다. 케이블이 아니고 레일을 타고 가는 전차의 형태였던 것이다. 결국 일출 장면은 놓쳤으나 탁 트인 공간에서 맞는 아침 공기는 굉장히 상쾌했고 풍경은 아름다웠다. (끝내 케이블 카를 못탄 것이 아쉬워 내려갈 때는 타고 내려갔다.)
지금 드는 생각인데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올라가서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베틀란스카야 대로 옆 광장
중앙 광장의 철거 중인 2016년 크리스마스 장식물
다음 목적지인 해양공원으로 가던 중 지나게되는 스베틀란스카야 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자주 지나게 되는 거리로 중심에 위치해있다. 당시 1월에 여행을 갔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스베틀란스카야 대로에는 MTC 통신사 가게가 있는데 필자는 이곳에서 유심을 구입했다.
해양공원과 주변 풍경
해양공원의 비둘기, 러시아는 비둘기도 이쁘다.
최근 방송에서 본 해양공원 (feat. UV)
산책로
전망대 이후 목적지는 독수리 전망대의 정 반대편에 있던 해양공원으로 바닷가에 위치한 공원, 산책로이다. TV를 보다가 해양공원의 여름 풍경을 보니 내가 갔던 곳이 맞나 싶었다. 겨울에는 상점, 편의시설, 놀이공원 등 대부분 문이 닫혀있고 근처에 있던 아쿠아리움도 당시에 공사중이었다. 해양공원 주변의 바다는 모두 얼어있어 위를 걷는 것이 가능하다. 겨울임에도 산책하는 사람은 꽤나 많지만 큰 볼거리는 없다.
지상 요새
해양 공원 주변에는 지상요새가 있다. 퇴역한 러시아 무기들을 이용해 공원을 조성한 곳으로 특별한 것은 없지만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두번은 무리고 딱 한번 쯤은 볼만하다. 러시아어 설명만 있기 때문에 금방 둘러보고 끝난다. 다만 입장료가 있었으니 참고하시길!
카페 LIMA, 케밥이 유명하지만 먹어보지 못해 검증은 못했다.
레스토랑 STUDIO
많이 걸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았다. 처음 계획은 카페 Lima가 케밥이 유명하다 하여 찾아갔으나 가게 오픈시간이 지났음에도 사장님이 장사 준비가 안됬다고 하여 실패. 다음 선택은 레스토랑 STUDIO, 이 곳에선 먹물 파스타가 유명하다고 하여 방문했다. 저렴한 편은 아니고 적당한 가격이었다. 자랑의 먹물 파스타는 약간 느끼하고 비린 맛이 있어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이때부터 24일 간 혼밥의 시작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다음 목적지인 잠수함 박물관으로 향했다.
러시아 곳곳의 동상들, 누군지는 모른다.
블라디보스토크 뿐만 아니라 방문했던 러시아 도시 곳곳에 항상 이런 동상이 있다. 길을 걷다보면 항상 동상이 나온다. 동상의 인물이 누군지 어떤 업적이 있는지는 모르나, 이런 동상 문화가 대중적인 듯 하다. 필자는 여행 간 심심해서 마주치는 동상 사진을 찍어 모으는 시덥잖은 놀이를 했었다.
백화점 같은데 내부가 굉장히 초라하다.
다양한 블라디보스토크 건물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풍경
길을 걷다 보면 여러 건축물이 보이는데, 판자집부터 특이한 건물, 대형 건물등 여러가지 종류가 다 섞여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도시가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여서 걸어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석구석 골목까지 쏘다녀 보았다. 백화점 같은 건물에 대형 마트가 있는데 기차역에서 가까워 기차에 탑승 하기 전 먹을 물이나 음식, 과자를 사면 좋다.
S-56 잠수함 박물관
잠수함 박물관 내부
잠수함 박물관 주변
매표소가 있어 돈을 내고 입장했다. 실제 사용하던 잠수함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데 상당히 짧다. 잠수함이 얼마나 좁은지, 어떤 느낌인지 체험하고 싶어 들어갔다. 내부는 사진이 거의 전부다. 짧은 시간 구경 후 다음 목적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로 향했다.
러시아 군함
블라디보스토크는 부동항, 얼지않는 항구로 동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 겸 군항이다. 해양 공원 쪽은 다 얼었는데 왜 여기만 안 얼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군함 주변에는 해군으로 보이는 병사들이 다수 보였는데 군함 사진을 찍으니 한 병사가 멀리서 소리치며 걸어왔다. 필자는 무서워서 바로 발길을 옮겨 도망갔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군함 외에도 여객선 처럼 보이는 배들이 있었고 산책하기에 좋았다. 그 외 특별한 건 없었다.
카페 Five O'Clock
블린 전문점 Uh Ty Blin, 블린과 차
대충 관광을 마무리 짓고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남고, 무엇보다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일 겸 쉴 곳을 찾았다. 러시아에는 블린이라는 음식이 있는데 얇게 부친 밀가루 빵에 속을 채워 덮어 만드는 빵같은 음식이다. Uh Ty Blin라는 가게가 유명하다고 하여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추운 날씨에 심신이 지쳤을 때 먹는블린은 최고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 종류별로 여러가지를 먹었다. 초코맛, 양파버섯볶음, 바닐라 맛 등등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블리니(blini)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넣고 얇게 부친 러시아식 팬케이크이다.
그 후 바로 건너편에 있는 Five O'Clock 라는 카페도 방문했는데 마찬가지로 가격이 저렴해서 또 빵과 차를 잔뜩 먹었다. 두 가게 모두 만족스러웠다. 두 가게 모두 아르바트 거리에 위치해 있고 아르바트 거리에 굉장히 여러 종류의 가게가 있는데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한번쯤 들려서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시베리아 열차 횡단의 시작점
기차 시간에 맞춰 역으로 가 예약 번호를 기계에 입력하고 표를 뽑았다. 처음 표를 뽑아보는 것이라 생각보다 실수도 많이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 넉넉하게 여유를 가지고 역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필자는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 했다. 다음 목적지의 두 번째 도시는 하바롭스크가 되겠다.
기차를 타기 전에 근처 마트에서 마실 물과 컵라면, 과자, 햄 등등 기차에서 먹을 음식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기차에서는 뜨거운 물만 제공하기 때문에 미지근한, 미지근하거나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면 사가야 한다. (차를 많이 챙겨가면 좋다.) 컵은 기차에서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에 별도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미지근한, 뜨겁지 않은 물을 마시려면 사가야 한다. 기차에서 팔기도 하지만 가격기 상당히 비싸다. 러시아의 기차역은 공항처럼 입구에서 X-RAY 기계를 이용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기 때문에 요상한 물건은 안가져가는게 탈 없는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