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견문록/'17 시베리아 횡단

[러시아/하바롭스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2

산적수염 2018. 6. 11. 01:03

러시아 입국 후 첫 기차를 타면서 설레는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을 가지고 기차에 올랐다. 모든 게 낯설다 보니 자리도 잘 못찾아 물어물어 제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야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고 조용했다. 하루종일 꽁꽁 얼어있다 기차 내부로 들어오니 어느정도 온기가 돌아 나름 아늑하다고 생각했다.


기차에 대한 첫 인상

 

 하바롭스크행 기차의 출발시간은 1171210, 도착시간은 1180055분으로 모두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이니 시차걱정 없이 12시간 45분이 걸린 셈이다. 하바롭스크를 여행 일정에 넣은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하바롭스크를 거치지 않으면 기차에서만 3일 가량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동안 기차에 오래 있어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여 산책 좀 하고 밥도 먹고 신선한 공기 좀 쐬자 하여 일정에 집어 넣었다. 때문에 하바롭스크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으며 오전부터 오후까지 관광 후 저녁 기차를 타고 이동 할 예정이다.

 

 

미리 찾아 온 하바로스크 간이 여행지도를 보며 동선을 짰다. 구체적으로 찾아 본 것은 아니고 목적지를 몇개 정한 뒤 최단 거리를 걸을 수 있게 순서대로 돌아다녔다. 갈때는 걸었지만 기차역으로 돌아올 땐 너무 춥고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해서 택시를 탔다. 'Yandex Taxi' 라는 어플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 사용 시 번호를 등록해야하니 구입한 유심을 잘 확인해서 입력하면 된다.

 

Yandex Taxi

 

기차에서 내린 다음 첫 느낌은 역시 배운대로 '내륙으로 갈 수록 점점 더 추워지는구나'였다. 바다에 있는 블라디보스톡과 달리 체감온도가 훨씬 낮았다. (이때부터 러시아 여행 내내 모자를 벗지 않았다...)

  

날씨는 굉장히 구름 많음으로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눈은 계속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사진에 음침한 느낌이 많이 나는 건 기분 탓이다. 사전에 하바롭스크에서 어딜 갈지 트립어드바이저를 찾아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것 없는 그냥그런 도시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처음이다보니 그냥 천천히 걸으면서 도시와 건물,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국적이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었다.








돌아다니며 큰 건물, 이국적으로 생긴 건물들을 구경했다. 러시아어를 모르니 도통 무슨 건물인지 읽을 수 없어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지 않으나 이럴 때 만큼은 가이드가 그리운건 사실이다. 여행을 갈 때 그 나라의 언어를 기초적인 부분이라도 공부해서 가면 그 재미가 3배는 높아 질 거라고 장담한다.

 

여행 당시 1월달로 크리스마스, 연말을 기념하는 얼음 조형물이나 장식품이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워낙 추운나라다 보니 얼음이 녹을 걱정이 없어 얼음 조형물을 굉장히 많이 설치하는 것 같다. 다른 도시를 가도 얼음 조형물이 굉장히 많았다.



길을 가다 보니 큰 정문이 나와 구글 지도를 통해 찾아보니 어떤 테마파크였다. 촬영 당시 너무 이른시간이라 문을 안열었던 것 같다. 직원들이 정문에 눈을 쓰는데 이 모습을 보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시 나는 딱히 제설을 해본 적이 없어 눈을 치우는 모습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으나 지금 철원에서 복무하면서 이 사진을 보면 러시아 사람들이 제설로 얼마나 고통받을 지 공감하며 글을 쓰고있다...

 

사진으로 보면 온통 눈이라 별로 실감이 안날 수 있으나 눈이 한번오면 정말 굵은 눈이 옴팡지게 내리고길 곳곳에는 눈을 치우고 모아 둔 뭉탱이가 한가득 있다. 아침에 길을 걸으면 가게 주인들도 나와 자신의 가게 앞을 쓸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동네 지름길로 이용하는 듯 하다.

 

계속 길을 걷다보니 공원이 나와 들어왔다. 딱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지 온통 눈이 쌓여있고 놀기기구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름에만 운영하는 듯 하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을 해보니 공원의 목적보다 근처 사는 사람들이 지름길로 이용하는 목적이 더 커보였다.

 





한참을 걷다 보니 광장이 나왔다. 찾아보니 레닌 광장이었는데 청소년들이 나와 저렇게 놀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웠는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본 사진은 여름의 모습이었는데 같은 장소가 맞나 싶었다. 사실 미끄럼틀이 재밌어보여 탔지만 아이들만 있어 민망하여 한번만 타고 바로 자리를 이탈했다.

 

곱등이 버스

 

러시아 육교

 

한창 다 신기할 때라 정말 별것도 아닌 사진을 많이 찍었다. 버스랑 육교, 정말 별거 아닌데 신기해 보여서 한참 구경했다. 버스 위에 전선이 있어 전기로 가는 듯 한데 그럼 전선 밖으로는 못나가는 건가 싶었다. 당시 '곱등이같네'라고 생각한게 기억난다.

 

Komsomol 광장

 

아무르 강 바로 옆에 있는 광장으로 역시나 동상이 있다. 강이 바로 옆이라 바람이 정말 너무 추웠다.

 




아무르 강변이다. 사실 강인지 몰랐는데 지도를 보고 알았다. 꽁꽁 얼어 그 위에 눈이 쌓여 그냥 벌판인줄 알았다. 여름에 왔으면 꽤나 시원하고 커피한잔 하기 좋은 장소로 보였다. (추워서 바로 자리 이탈)

 


Grado-Khabarovsk Cathedral of the Assumption of the Mother of God

 

이름이 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성당이다. 문 앞에서 정말 신실하게 기도하는 사람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안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민망해서 안들어갔다. 아무르 강변에서 성당 쪽으로 보는 노을이 굉장히 이쁘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City of Military Glory Stela

 

세계 2차대전 당시 하바롭스크에 극동지역을 위한 군사 본부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여 세운 공원 및 박물관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여행 당시 전혀 몰랐으며 ', 이쁜 건물이네.'하고 찍은 사진이다. 귀국 후 사진을 보며 저게 뭐였을까 하고 찾아보면서 알게 된 정보다. 여행 당시 내부는 닫혀있어 들어가보진 못했다. 사진을 잘 보면 성당이 보인다. 아무르 강변 근처에 있다.

 

Khabarovsk Regional Museum

 



'삐약 삐약'

 

하바롭스크 지역 박물관으로 입장료는 350루블, 내부는 러시아어만 지원된다고 전해져 온다. 직접 확인은 못했다. 왜냐하면 들어가기 직전 춥고 배가고파 그냥 밥먹으러 가려고 발을 돌렸다. 때마침 유치원에서 견학을 왔는지 귀요미들이 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

 




화덕 피자, 이름이 기억안난다.

 

꼼소몰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Vdrova 피자가게가 있다. 맨 위의 여행지도 사진에 나와 있어 가게 되었는데 하바롭스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다. 직원들이 요상한 커스튬을 하고 있으며 자신을 부를 땐 맘마미아! 라고 외치라고 말했다. 민망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귀신같이 알고 연습해보자고 시켰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내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데이트 장소같아서 처음에 움찔했으나 남자 셋이 피자 먹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주문했다. 맘마미아! 라고 외친 뒤 메뉴판이 모두 러시아어로 적혀있어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메뉴 이름을 꼭 외워야지 했는데 결국 까먹었다. 기념이라고 명함 비슷한 카드를 줬는데 여행객이라 줬는데 원래 다 주는건지 모르겠다.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서 바로 피자를 만들어 화덕에서 굽는다.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주방이 개방되어 있다.

 

추위에 떨다 먹는 피자는 천상의 맛이었기 때문에 객관직인 평가가 불가능하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가격은 대략 400루블로 7천원 정도로 기억한다. 직원들 분위기가 밝고 말을 많이 걸어서 재미있었고 추천한다.

 

밥을 먹은 뒤 식당을 나서자 너무 추워 택시를 타고 기차역 주변의 마트로 가 감자, 컵라면, 쿠기, 물 등을 구입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울란우데로 55시간 가량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끼니를 계산해서 물건을 구입했다. 배낭 여행이라 너무 많이 사서 남아도 골치아프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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