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견문록/'17 시베리아 횡단

[러시아/이르쿠츠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4.5

산적수염 2018. 6. 11. 01:06

알혼섬의 니키타 하우스 앞에서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 버스를 탑승했다. 12시 45분에 버스를 탑승했으나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21시30분.. 좁은 봉고차에 낑겨서 탔기 때문에 정말 너무 불편했다. 평소 차를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멀미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잠을 청했다. 차를 타기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고 물 정도는 미리 챙기는게 좋을 것 같다.  다행이 차에 한국인도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 한국말을 하니 신나서 입에 단내가 날때까지 떠들기도 했다. 한국분 두명은 남자로 친구사이인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 중인데 나와는 반대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바가지 썰이다.


바이칼 호수에 도착해서 나 처럼 알혼섬 북부투어를 신청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길에 정차해있던 봉고차의 운전기사가 혹시 북부투어를 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두 분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700루블에 자기 차를 전세내고 두명이서 타라고 말했다고 한다. 8명이서 탈 버스를 같은 가격에 두 명이 전세를 내니 웬 횡재인가 싶어서 덥석 타고 출발해서 북부투어를 즐겼다. 둘은 투어 중에 700루블이면 너무 싸다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은데 1000루블을 주자라며 웃으며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돈을 지불하려는데 기사가 700루블이 아니라 7000루블이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화를 냈다고 한다. 해서 기사와 한참을 싸우다가 결국엔 7000루블을 지불했다고 한다. 버스 기사의 말을 잘 못 이해한건지, 버스 기사가 악의를 가지고 애매하게 말해 속인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팩트는 7000루블을 내고, 친구끼리 서로 한바탕 싸웠으며, 하루종일 기분도 안좋았다고 한다. 그나마 투어 중 점심메뉴에 바이칼 호수에서 잡힌다는 '오믈'이라는 생선 구이가 나왔다고 하는데 솔직히 맛도 없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역시 해외여행을 다닐 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



이르쿠츠크의 한겨울 모습은 이렇다. 도로에 눈이 굉장히 많고 차와 사람들이 밟아 새카맣다. 눈이 많이 내린 뒤 내가 도시에 와서 그런지 평소에도 잘 관리를 안하는지 까지는 모르겠으니 내 눈으로 본 모습은 이랬다. 보면 길에 전차가 다니는 게 보이는데 트램이라는 교통수단이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 트램은 내 기억에 크게 남는 교통수단 중 하나인데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버스는 어디로 가는지 노선을 잘 모르기 때문에 타기 불안하고 꺼려졌으나 트램은 바닥에 길이 나있어서 대충 이쪽으로 가겠다하고 안심하며 탔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Modny Kvartal (쇼핑몰)


Modny Kvartal


KFC 세트메뉴, 맛은 별로다.


21시30분,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자 마자 달려간 곳은 KFC. 햄버거가 너무 먹고싶어서 더 늦어 문이 닫기 전에 매장으로 향했다. 맛은 객관적으로 별로지만 전에 말했듯 추위에 떨다가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게 느껴진다. KFC는 Modny Kvartal라는 쇼핑몰 안에 있다. 쇼핑몰이라지만 한국의 쇼핑몰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내부가 웬지 횡하고 부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큰 건물은 아니라서 한번 둘러봤는데 러시아는 음식은 저렴한데 반해 의류가 굉장히 비싼것 같다. 아디다스와 유니클로 매장이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다.


KFC에서 햄버거를 먹었지만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먹고 나서도 허기가 져서 숙소로 가는길에 SUBWAY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또 시켜서 먹었다. 말이 안통해서 손가락으로 재료를 가리키며 고르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주문하는데 진땀을 뺏다. 잘 모르면 그냥 포스터에 붙어있는 세트메뉴를 고르는게 훨씬 최고니까 그걸 추천한다.



숙소는 호스텔 루스라는 호스텔의 8인실을 예약했다. 내부가 깔끔하고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서 굉장히 편했다. 숙소에서 노트북을 쓰고 있는 중국인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노트북을 잠시 빌려 DSLR에 있는 사진을 핸드폰으로 옮겼다. 역시나 영어를 굉장히 잘하고 친절했다.


버스 번호 옆에 퇴계로, 여의도라고 써져있다.


다음날 아침 시내를 구경하기 위해 숙소에서 나오니 익숙한 서울 시내버스가 지나간다. 러시아에서는 중고차를 많이 수입해서 일본어나 중국어, 한국어 등 여러 나라 언어가 써진 차가 돌아다닌다고 들었는데 맞는 말인 듯 하다. 타고 여의도를 갈 수도 있지만 아직 귀국은 멀었기 때문에 그냥 보내주었다. 


앞에 흰색 차를 보면 굉장히 더러운데 눈이 많이 내려 밟아 더러워진 새까매진 눈을 뒤집어 써 대부분의 러시아 대부분의 차가 저렇게 더럽다. 세차를 해도 금방 더러워져서 세차를 잘 안하는 듯 한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더럽다.



숙소를 나와 첫번째 목적지인 'Cathedral of the Kazan Icon of the Mother of God'라는 성당을 향해 이동했다. 가는 길에 또 굉장히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 묘한 분위기가 있어 찍었다. 사람이 사는 건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Cathedral of the Kazan Icon of the Mother of God


트립 어드바이저에 상위권에 있는 성당이라 찾아갔다. 성당 가까이 가면 안에서 웅장한 음악이 나와서 성스러운 기분이 든다. 딱히 종교는 없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성당 입구에서 동냥을 하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불러 세워서 돈을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갔을텐데 분위기에 젖어서 그런지 주머니에 있던 돈을 바구니에 넣어 드렸다.




성당 울타리 내부의 조형물, 어렸을 때 봤던 나홀로 집의 케빈이 숨었던 조형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이 내부 곳곳에 보인다.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금방 둘러보면 끝난다.







내부 모습은 위와 같으며, 성당 내부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엄숙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게 된다.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보이는데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여러명의 관광객이 셔터를 누르면 서로 눈치를 보게되는 상황이 발생하니 주의하길 바란다.


시내를 돌다가 지도를 보는데 주변에 인터넷 카페라는 곳이 있어서 그 곳으로 향했다. 전 날 숙소에서 한 여행객에게 노트북을 빌려서 사진을 옮기던 중 실수로 잘 못 눌러 미리 받아왔던 드라마를 지웠기 때문이다. 지워진 드라마는 공유 주연의 도깨비, 뒤늦게 정주행 하려고 기껏 받아왔는데 몽땅 삭제되었다. 이를 다시 받으려고 인터넷 카페를 찾았는데 시설에 경악했다. 다쓰러져가는 건물 지하에 불법 도박장 같이 생긴 입구에 들어갈까 한참을 망설였다. 정말 과장없이 느와르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장소였다. 고민 끝에 들어가보니 내부역시 겉과 다를 바 없었다. 컴퓨터 성능도 역시 최악, 인터넷도 엄청나게 느리다. 다운로드를 시도 했으나 예상소요 시간을 보고 그냥 바로 컴퓨터를 종료하고 나왔다. 새삼 한국의 PC방에 감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젊은 청소년이 손님으로 꽤나 있었다는 것, 시설을 보고 손님은 아저씨 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젊은 세대가 몇명 보였다. 다만 꽤나 불량해 보이는 겉모습으로 불쾌한 시선으로 날 쳐다봐서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있다. 내부의 사진이 없는 게 굉장히 아쉬운데 혹시나 궁금하다면 구글 지도를 검색해서 반지하에 있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보면 된다. 길도 굉장히 외진 곳에 있어 아마 찾기 힘들것이다.


기차에서 볼 드라마가 사라져 굉장히 상심이 컸으나 이는 이후 미리 가져온 가이드 북을 한 번, 두 번, 세 번, ...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드라마 또는 영화 반드시 받아가길 바란다. 꼭)



Ulitsa Timiryazeva, 39А, Irkutsk, Irkutskaya oblast', 러시아 664007



PC카페에서 드라마를 받는데 실패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 시내를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 한 식당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실 나는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어느 지역에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이 갈 것처럼 생긴, 구석지고 허름한, 낡은 간판의 가게를 좋아한다. 그런 가게에 들어가면 대부분 만족스럽게 밥을 먹고 나오기 때문에 이런 괴상한 집착이 생겼다. 이번에도 이러한 집착이 한 가게 앞에서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멈춰서서 한참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한 제복을 입은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현지인 병에 걸린 나는 그 모습을 보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딱 봐도 러시아어가 아니면 주문이 불가능할 것 같아 입구에서 먹을 메뉴를 고른 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들어가서 사진을 보여주고 주문을 하면 편하기 때문이다. 바디랭귀지로 하루하루를 먹고 살았던 나의 팁이다. 식당이 워낙 허름하고 정보가 없어서 찾기 힘들거라 예상되기 때문에 지도로 위치를 첨부한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청소부처럼 보이는 두 분과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있는 경찰관 한분이 있었다. 알아들을 순 없었으나 주인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단골인듯 하다. 현지에서 일하는 분들이 세분이나 있는 걸 보니 속으로 역시 탁월한 선택이였구나 들뜬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다가와 뭘 주문하냐고 묻자 사진을 보여줬더니 웃으며 알았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추측)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온 음식을 보면 알겠지만 사진과 다른 점이 전혀 없었다. 왼쪽의 음식은 이름은 모르나 맛은 딱 눈에 보이는 맛이다. 고기맛과 감자맛, 예상한 맛이었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다. 오른쪽의 빨간색을 하고 있는 국은 보르쉬라는 음식이다. 보르쉬는 비트를 넣고 끓이는 우크라이나식 수프인데 러시아에서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수프 중 하나라는 것을 한국에서 러시아 음식에 대해 잠깐 찾아볼 때 본 기억이 있어 고민없이 주문한 음식이다. 국은 부대찌개처럼 햄과 고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었고 맛도 약간 부대찌개와 비슷한 맛이 났다. 추가로 국에는 레몬도 한 조각 들어있어 신 맛이 난다.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니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두 그릇을 뚝딱 비운 뒤 사실 배가 덜 차서 요리 하나를 더 시켜 먹었다. 두 가지 요리를 먹은 뒤 카운터로 가서 3번째 요리를 시키자 직원이 '또 먹어?'라는 표정으로 웃는데 상당히 민망스러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주문한 요리는 음식점 내부 벽면의 메뉴 사진 중 왼쪽에서 두번째 아랫줄에 있는 볶음 국수처럼 생긴 요리였다. 양도 많고 맛도 입에 잘 맞아서 나오자마자 뚝딱 그릇을 비웠다. 음식 먹을 생각에 정신이 팔려 사진 찍는 것을 깜박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음식 모두 굉장히 맛있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Central Market, 규모가 꽤나 크다.



밥을 먹으니 슬슬 기차에 탈 준비나 할 겸 Central Market에 들렸다.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자마자 왔던 곳이지만 제대로 구경할 새도 없이 바이칼 호수로 떠났기도 하고, 굉장히 규모가 크고 시장의 분위기가 물씬 나 물건도 저렴해 보였기 때문이다. 들어가보니 햄, 육류, 치즈, 생선, 쿠키, 견과류, 인스턴트 식품, 즉석요리 코너의 케밥, 블린, 멕시칸 요리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특히 즉석에서 요리하는 케밥과 맥시칸 요리는 정말 먹고 싶었는데 밥을 먹은지 얼마 안되 배가 불러 못 먹었다. 정말 맛있어 보이니 먹어보길 추천한다.


다만 비슷한 물건을 파는 가게가 굉장히 중복되어서 많은데, 가게마다 물건에 가격을 써서 붙여 놓는다. 같은 물건이지만 가게마다 가격이 달라서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이곳저곳 둘러보며 어느 가게가 가장 저렴한가 찾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물건 종류도 많고 가격도 꽤 저렴해서 쇼핑하는 재미가 있어 굳이 안사도 될 물건을 사게되는 단점도 있다.


초코 쿠키와 라면, 감자 즉석식품


이런식으로 물건에 가격을 써 붙여 놓아서 러시아 말을 못하더라도 가격을 알 수 있게 되어있다. 안그랬으면 정말 이곳에선 물건을 못 샀을 것이다. 한쪽면에 초콜렛이 발라져 있는 쿠키를 구입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격에 비해 양도 굉장히 많아서 기차에서 차와 함께 배부르게 먹었다. 라면도 기차에서 굉장히 자주 먹기 때문에 항상 먹던 것과 다른 종류의 컵라면을 사려고 하는데 시장에는 못 보던 종류의 컵라면도 있어 몇개 구입했다. 그림이나 색깔로 구분하면서 샀기 때문에 뭘 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기차에서 찍은 사진 몇장을 보아하니 쿠키와 생수, 사과주스, 오랜지 등을 구입했었나 보다. 귤인줄 알고 샀으나 먹어보니 씨가 잔뜩 나온다. 씨를 발라먹는 것이 굉장히 귀찮아서 조금만 살껄이라는 후회를 했다. 아무리 봐도 생긴게 귤인데 시장에서 영어로 Orange라고 적혀있어 의아에 했었는데, 정말 귤이 아니였다.


다음 역인 노보시비르스크까지는 33시간 가량 이동해야 해야한다. 드마라도 삭제되 버려서 굉장히 지루한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생각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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