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견문록/'17 시베리아 횡단

[러시아/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5

산적수염 2018. 6. 11. 01:09

기차역에 미리미리 도착하지 않고 시간이 촉박하게 움직인다면 기차역에서 굉장히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차표가 알아보기 어렵게 생겨먹어서 한 눈에 몇시 출발인지, 몇 번 플랫폼에서 탑승하는지, 몇번째 칸의 몇번째 좌석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기차 시간이 거의 다되서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한 나는 길을 못찾아 역무원에게 길을 물어보았으나 계속 다른 이야기만 해서 당혹스러웠다. 어찌어찌 하여 기차에 탑승했다. 이번에 함께 탑승하게 된 승객들은 동양계 노부부와 젊은 여성이었다. 노부부가 2층 칸을 쓰셨고 젊은 여성분과 내가 1층 칸을 썼다. 이때가 여행 기간 중 탔던 횡단 열차 중에서 가장 서로 말이 없었고 각자 편하게 쉬었던 시간이었다.


젊은 여성분은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직업은 겉으로 보기에 대학생 같아 보였으나 워낙 서로 말이 없다보니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 무엇보다 이 여성분은 모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쁘게 생기셨다. 전체 여행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영어를 할 줄 아는 러시아인이었음에도 역대급으로 조용하고 정적이 흐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앞자리에서 여성은 하루종일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데 그 노랫소리가 너무너무 크게 들려서 기차 칸에 울린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나도 대부분의 시간을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칸에서 생활함에 있어 소음으로 방해받는 일은 없었으나 소리가 너무 크다보니까 이게 정말 저 분의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기도 했다. '얼마나 크게 듣길래' 또는 '저정도 소리면 귀가 아플것같은데' 하는 잡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이런 잡생각은 곧 궁금증으로 이어져서 속으로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볼까 말까 백번은 고민한 것 같다. 워낙 과묵한 사람이여서 말을 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굉장히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결국 못 참고 물어보았다. '혹시 어떤 노래인지 한번 들어보아도 됩니까?' 여성 분은 싫은 내색 없이 흔쾌히 이어폰 한쪽을 빼서 건내줬는데 이어폰을 끼자마다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큰 노랫소리가 들릴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렇게 노랫소리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평소에 듣는 소리 크기와 비슷했다. 궁금증 해결. 계속 너무 궁금하고 신경쓰였는데 결국 해결했다. 여성 분이 쓰던 이어폰이 아이폰 이어폰이였는데 아이폰 이어폰의 특징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2층에 지내는 노부부는 식사를 할 때 절대 라면 따위는 먹지 않으신다. 식사 시간마다 직접 싸오신 요리를 꺼내서 드시는데 솔직히 너무 맛있어 보였다. 빵 덩어리를 꺼내서 휴내용 맥가이버 칼을 꺼내서 자르고, 햄도 자르고, 잼을 발라먹는 등 상당히 고급진 레시피로 드셨기 때문에 부러웠지만 내색은 안했다. 노부부가 먹는 음식 중에는 이르쿠츠크에서 먹었던 다진 감자, 다진 고기 요리도 있어서 반가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창밖에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곧 눈보라가 몰아쳤다. 기차를 타다보면 가끔가다가 경적소리인가 싶은 소리가 들렸는데 눈보라로 시야가 어두워지니 이 소리가 굉장히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경적소리가 맞는가 보다. 화장실 앞쪽으로 충전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계속 사용중이여서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확인했다. 몇번을 왔다갔다 하던 중 한국말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3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있었다. 두 분은 친구사이였고 다른 한 분은 여행 중에 만나 친해져서 일정을 맞춰서 같이 동행하고 있다고 한다. 자리에 합석해서 한참을 떠드는데 다른 칸에 한국인 한명이 더 있다고 한다. 그 분까지 합류하여 총 남자 다섯명이서 앉아서 떠드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각자 챙겨온 간식도 나눠먹는데 항상 혼자지내다보니 오랜만에 느껴본 편안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야기중에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에 소개 받은 한국인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데 노트북에 영화랑 드라마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실수로 드라마 도깨비가 몽땅 지워졌었는데 드라마를 받을 기회가 생겼다. 여러종류가 있었는데 그 중 내가 고른 것은 '미생'으로 이미 본 드라마였지만 너무 재미있게 봐서 한번 더 보려고 선택했다. 앞으로 기차에서 한 동안은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운이 좋았다.


그렇게 30시간 가량을 기차에서 지내고 도착까지 3시간 가량 남았을 때 한국인 2분과 러시아 남성, 여성이 지나가던 나를 불러세웠다. 밤이라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자세히 보니까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듯 한데 같이 하자는 말이었다. 러시아식 카드게임으로 '게'라고 발음했던 것 같다. 원카드 비슷한 게임인데 룰이 조금 다르다. 러시아 남성과 여성 분은 호흡이 착착 맞는게 고수의 냄새가 폴폴나는데 반해 나를 포함한 한국인 3명은 속수무책으로 지고 있었다. 알고보니 남자와 여자는 부부였다. 남자는 한국나이로 28, 여자는 32이었는데 얼마 전에 결혼해서 신혼여행으로 기차 여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신혼 여행을 러시아에서 기차로, 그것도 3등석으로 다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소박하고 낭만적인 느낌이 들어 보기에 아름다웠다. 굉장히 유쾌한 부부여서 몇시간 새 금새 친해졌다. 어느새 내릴 시간이 되어 5명이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나는 노보시비르스크 역에서 내렸다. 분명 이때 함께 찍은 사진을 받았으나 지금 찾아보니 없어졌다. 추억이 담긴 사진이 없어져서 정말 아쉽다. 여러분들은 찍은 사진들을 잘 정리해서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




절대 이곳이 입구라는 생각은 1도 못했다.


Magistral N


노보시비르스크 역에 도착한 시간은 01:30분으로 새벽이었다. 기존에 예약한 방은 체크인 시간이 22:00까지 였는데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유심에 요금이 다 됬는지 핸드폰이 안터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리 숙소 위치를 지도에서 캡쳐해 두었기 때문에 살았다. 그렇게 호스텔이 있는 건물까지는 순조롭게 찾아갔으나 문제가 발생했다. 호스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건물이 맞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철문에 도어락 하나만 달려있다. 철문 주변에 호스텔에서 붙인 어떠한 안내문도 없었고 근처에도 안내문은 없었다.


새벽에 어둡고 인적도 드물고 게다가 굉장히 추워서 멘탈이 깨지기 직전이었다. 노숙해야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 24시간 운영하는 상점에 들어가서 하루를 지내야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 주변을 한시간 가량 헤메다가 경찰관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이러다 정말 얼어 죽겠다 싶어 다짜고짜 다가가 호스텔을 찾고있는데 어디인지 모르겠며 제발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다. 딱히 죄진것도 없는데 괸히 러시아 경찰관이라고 하면 어려웠던데다 굉장히 험악하게 생겨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살기위해 도움을 요청하니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고 둘러보시더니, 역시나 입구는 못찾으시고 전화호스텔의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경찰관은 폴더폰을 사용했다) 숙소로의 전화도 내 핸드폰은 정지가 되어있어서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경찰관을 만나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되는 듯 했다. 새벽 시간이라 안받는 듯 싶더니 두번의 시도끝에 전화가 연결되어 통화를 하고는 직접 숙소까지 데려다 주셨다. 경찰관이 찾아낸 입구는 철문, 호스텔이 몇호인지 모르는 나는 애초에 초인종도 누를 수 없었다. 이때부터 러시아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피해다니지 않게 되었다. (러시아는 어딜 가나 경찰이 자주 보인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니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계셨다. 아주머니는 굉장히 친절했으나 그 뿐이었다.


Magistral N 호스텔


내가 묵은 숙소는 이렇게 생겼으며, 호스텔이라기 보다는 가정집에 가구 몇개를 가져다 둔 느낌이었다. 쾌적하다는 느낌보다는 방금까지 누군가 생활했던 것 같은 찝찝함이 느껴지는 숙소였다. 더군다나 다른 방에 머무는 투숙객을 봤는데 이곳에 하루이틀 있었던 모습이 아니었다. 장기 투숙객으로 보이는 현지인인데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여러 투숙객 중 외국인은 나뿐인듯 했고 투숙객 중 가장 으뜸은 거인에 대머리에 한 덩치하는 분이었는데 그 분이 지나가면 나는 티안나게 눈을 안마추치기 위해 분주히 노력했다. 화장실은 굉장히 잡동사니가 많고 아무리 봐도 가정집의 느낌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고 수건이나 침구류도 편하긴 했지만 다음 날 바로 숙소를 옮겼다. 숙소 가격은 하룻밤에 4500원 가량으로 저렴하긴 하다.



아침이 밝아 숙소를 나온 뒤 가장먼저 찾아간 곳은 버거킹이었다. 기차에서 계속 햄버거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도시가 워낙 커서 음식점 찾기도 귀찮아 패스트푸드점을 찾아갔다. 역시 주문하기도 편하고 맛도 보장되어 있어 편하긴 하다. 나는 대중교통은 노선을 잘 모르고, 택시를 타기는 돈이 아까워서 대부분 걸어다니기 때문에 항상 배가고프고 추웠다. 그럴 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


볼에는 왜 얼음이 얼었는지 모르겠다.


이때 온도가 몇도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그냥 걸어다니니 수염에 얼음이 맺힌다. 물을 묻이거나 한 건 아니고 숨을 쉴때마다 나오는 입김이나 콧김이 수염에 엉겨붙어 언다. 유투브나 불곰국의 위엄, 이런 게시물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 신기했다. 러시아 여행 중에는 면도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하철 역




러시아에 와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봤다. 라고 말하니 뭔가 촌스러운 느낌이 나긴 하는데 노보시비르스크의 차선이 넓어 지하보도를 이용해 길을 자주 건너 다녔다. 안에는 깔끔하게 되어있으며 그림같은 것이 걸려있는데 자세히 보니 노보시비르스크의 과거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인다.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 과거 모습 등이 보였다. 특이한 점은 화장실이 유료라는 것이다. 돈을 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 모습을 본 뒤에는 숙소나 음식점을 갔다가 나올 땐 화장실에 꼭 들리고 나왔다.




곧 바로 시내 쪽으로 이동하여 핸드폰 유심을 다시 충전했다. 분명 무제한이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중간중간 요금이 다 떨어지면 재 충전을 해야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정보도 없고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유심을 계속해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충전했다. 시내 중심부를 둘러보다 느낀 점인데 이제서야 비로소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들렸던 도시들은 마을의 느낌이 강했다. 동부와 서부의 개발정도가 차이가 난다고 들었는데 직접 몸으로 느껴보니 실감이 났다. 이 후 바로 숙소를 옮기기 위해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분명 이 주변이 맞는데 또 아무리 찾아도 숙소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한참을 헤메다가 결국 입구를 찾아냈다. 입구는 반지하였다.


Hostel Dom


이렇게 되어 있어 입구 찾는데 또 한 참 걸렸다. 노보시비르스크의 특징인데 한 도시에서 두번이나 당해서 기억에 남는다. 숙소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단 건물 바로 주변에 위치해 있어서 골랐고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굉장히 움직이기 편했다. 내부도 그럭저력 괜찮았다.




Hostel Dom 내부


Hostel Dom


내부 주방이 굉장히 깔끔해서 결정했고 방도 개인실, 2인실, 8인실 등 여러 종류가 있는 듯 하다. 나는 가장 저렴한 방을 선택했고 사진을 보아하니 저렴한 방과 비싼 방의 퀄리티 차이가 꽤 나는 듯 하다. 8인실을 들어가니 나를 포함해 총 2명이 있었다. 1명은 현지인인지 하루 종일 누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데 아침에 나갈 때도 하고 있었는데 저녁 때 들어올 때도 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호스텔에서 여행의 목적이 아닌 거주의 목적으로 지내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하다. 거실과 주방이 마음에 들어서 결정했지만 그 덕에 거실과 주방은 항상 사람이 붐벼서 부담스러웠다. 다들 러시아인이었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티비를 보며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낄 자리는 없었다. 숙소에 있다보니 중간중간 경전철인지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 소음이 발생해 불편했다. 소음에 예민한 사람은 피하는게 좋겠다.가격은 하룻밤에 약 6000원으로 저렴했다.





Novosibirsk State Academic Opera and Ballet Theatre,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단 극장 앞에 위치해 있는 동상이다. 누군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거대하게 세워져 있다. 탁 트인 공간에 있어 꽤나 웅장한 느낌이 있다.


이제부터 노보시비르스크 시내를 걸어서 돌아 다니며 구경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포켓몬 GO를 설치했다. 그냥 걸어다니면 심심하기도 해서 포켓몬을 잡으면서 돌아다니려는 목적이었다. 이 주변에 포켓스탑이 많아서 처음 하는 포켓몬 GO에 빠져 왔다갔다 한참 돌다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핸드폰 터치를 위해 장갑을 벗으면 지옥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점과 핸드폰 배터리가 35% 정도로 내려가면 그냥 방전되서 꺼져버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갤럭시 S5 Active로 배터리 탈착식이었기 때문에 갈아끼면 정상 작동했지만 아이폰이었다면 아마 핸드폰 없이 돌아다녀야 했을 것 이다. 터치장갑을 안가져 온 것을 포켓몬 GO를 깔고 난 뒤 처음으로 후회했다.



Novosibirsk State Academic Opera and Ballet Theatre


Novosibirsk state academic opera and ballet theatre (NOVAT) 예매링크


동상 뒤 쪽에 위치해 있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단 극장이다. 나는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이 국립 발레단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사전에 발레 공연을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영어를 지원하기 때문에 온라인을 선택했다. 현장 예매는 변수가 너무 많고 자리도 없을 가능성이 크며 무엇보다도 말이 안통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비추천한다. 공연을 보기위해 기존에 계획했던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여 주말 도착 예정이었으나 일부러 평일에 노보시비르스크에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했다. 발레 공연의 주말과 평일의 가격 차이가 상당하였기 때문이다. 예매 사이트는 위에 링크를 첨부한다.


내가 고른 공연은 호두까기인형, 사실 발레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발레 공연은 모스크바의 볼쇼이, 상트 페테르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등이 있는데 그 중 모스크바의 볼쇼이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그 만큼 인기가 많아 자리를 잡기 어렵고 가격도 더 비싸기 때문에 나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단을 선택했다. 사람이 덜 붐비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고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발레단도 굉장히 유명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백조의 호수를 보고싶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호두까기 인형을 예매했다. 내가 구입한 표는 2등석을 예매했는데 가격은 1500루블로 국내 가격에 비해서도 객관적으로도 굉장히 저렴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공연은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그 때까지 다시 시내를 구경하고 돌아다니다 저녁 때 다시 극장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노보시비르스크는 눈이 정말 굉장히 많이 쌓여 있었다. 최근에 많이 내린 것인지 계속해서 내리는 눈이 녹지 않아 이만큼 쌓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의 높이가 엄청나다. 굉장히 고된 노동이 될 것 같다.





러시아 하면 빠지지 않는 얼음 조각상, 이번에는 눈 조각상인듯 하다. 어느정도 크기가 되는 공터, 공원이면 어김없이 눈이나 얼음으로 만든 조각상이 있다. 항상 보던 것이라 신기하진 않으나 잠깐씩 보고 지나가는 재미가 있다. 이후 시간을 때우다가 공연 시간이 다가와가 다시 극장으로 향했다.



Novosibirsk State Academic Opera and Ballet Theatre


야간에 조명이 켜진 극장은 낮에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낮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저녁 공연시간이 되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되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1명씩 검문을 받게 되는데 공항처럼 금속 탐지 장치를 통과한다. 검문검색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가게되면 겉옷을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추워서 두꺼운 외투를 입는 러시아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건물이라면 항상 이렇게 외투를 보관하는 장소가 따로 위치해 있다.


러시아는 조금만 사람이 모일 법한 기차역, 극장 등의 공공장소에는 어김없이 경찰이나 보안요원이 있다. 항상 금속탐지기를 가지고 검문검색을 하기때문에 오히려 여행하기 안전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1층 로비는 붉은 색으로 장식되어 있다. 딱히 1층에는 아무것도 없고 이곳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2층으로 올라가면 흰색으로 꾸며진 홀이 나온다. 보니까 음료나 간단한 음식, 주류도 파는 듯 하다. 딱 봐도 가격대가 굉장히 높게 형성되어 있을 것으로 보여 가격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무엇을 주문하여 먹었다. 옷차림을 보면 알겠지만 발레 공연이라 그런지 관람객들의 옷차림이 굉장히 세련되어 있다. 대부분 드레스나 차려입은 듯한 모습으로 극장을 찾아왔고 그에 반해 허름한 배낭 여행객인 나는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을 받아 부담스러웠다.





내부 공연장의 모습이며 무대 바로 앞에는 밑으로 파여져 관객들에게는 안보이는 위치에 오케스트라가 있다. 사실 음악은 파일을 재생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직접 연주하는 것 이었다.




위 영상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호두까기 인형의 홍보영상이다. 발레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재밌어 보이긴 했다. 무대바로 앞까지 이동해서 관객석의 모습을 찍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게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앞에 서있는데도 부담스러운데 공연이라니.


공연은 약 2시간30분 가량 진행되었으며 나는 2등석 표를 구입하여 나름 잘보이는 자리에 앉았다.(1500루블) 발레라고 하면 굉장히 루즈한 그런 공연을 상상했었는데 직접 보니 전혀 아니였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화려한 의상과 웅장하고 적절히 속도조절을 하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합쳐져서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음향이 굉장히 빵빵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한가지 놀란 점은 발레하면 가냘픈 이미지가 강한데 반해 발레리노는 굉장히 근육질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데 살짝 소름이 돋았다.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트에 들려 저녁으로 먹을 냉동식품을 사와 주방에서 뎁혀 먹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떠먹는 피자 비슷한 느낌이 나는 음식으로 맛도 그런 맛이었다. 이 후 대충 샤워하고 잠에 들었다.


Novosibirsk State Art Museum

Novosibirsk State Art Museum - 노보시비르스크 리뷰


다음 날 15시에 예카테린부르크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와 노보시비르스크 관광을 계속했다. 가장 첫 번째로 들린 곳은 주립 아트 뮤지엄. 사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러시아식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들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여러가지 그림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미술관 그 자체였다.


Novosibirsk State Museum of Local History and Nature, 길리슈트가 떠오른다


Novosibirsk State Museum of Local History and Nature - 노보시비르스크 리뷰


두 번째는 주립 자연사 박물관으로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박물관인데 지역에 과거와 동식물에대해 잘 나와있어 볼만했다. 박물관에서는 영어 음성 지원이 가능하지만 영어를 못하니 패스했다. 다만 전시품을 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딱히 러시아어나 영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도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덜 지루했다. 마찬가지로 그냥 박물관 그 자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지나가면서 멋있게 생긴 건물은 찍고 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슨 역할을 하는 건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찍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았다.


박물관 겸 지하철 역





한참 박물관, 미술관, 성당 등을 구경하고 시내를 걸으며 산책하고 노보시비르스크의 곳곳을 눈에 담았다. 그러나 이 날 구경한 곳들은 대부분 너무 평범한 곳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방문한 도시 중 이제야 도시적인 느낌을 받은 곳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추가적으로 거리상으론 아직 한참 남았으나 모스크바에 점점 다가워지는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노보시비르스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뭔가 특별한 것은 없는 도시였다. 그러나 국립 발레단 극장이 있어 발레를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발레 공연은 성공적이었으며,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대중적인 대도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구경을 하다보니 기차 시간이 촉박해서 어플을 이용해서 택시를 타고 역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기차에 탑승했다. 다음 도시는 예카테린부르크로 다시 기차를 타고 22시간 가량 이동한다. 24시간을 넘지 않는 다는 점에 감사하며 기차에 오른다. 기차시간을 고려해서 도시를 선정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기차에 너무 오래있으면 굉장히 답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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