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견문록/'17 시베리아 횡단

[러시아/예카테린부르크]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6

산적수염 2018. 8. 16. 01:52

22시간을 기차에서 보낸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목적지는 예카테린부르크, 단순하게 꽤나 규모가 있는 도시라고 해서 목적지로 선정했다. 기차에서 찾아보니 한국인들이 러시아 어학연수를 갈 때 인기있는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기차에서 내린 시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저녁 무렵이었다.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 1일차: 시내 구경


이제는 숙소에 따로 간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길을 잘 찾아서 숙소에 도착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번 숙소도 역시 간판이 없었으나 한방에 잘 찾아서 들어가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부터 대충 풀고, 카메라와 간단한 짐만 챙긴 뒤 바로 밖으로 나왔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머무는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시내를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내가 그렇게 넓지 않고 오밀조밀 건물들이 모여 있어서 짧은 시간동안 많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The Church of Ascension




Church on the Blood



예카테린부르크, 시내 어딘가


이름 모를 동상찾기는 계속된다


이름 모를, 목적 모를 건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나 뮤지컬 같은 포스터가 주변에 붙어있었던 것 같다. 아마 뮤지컬이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인듯 하지만 문맹, 벙어리인 나는 혼자 조용히 추측할 뿐이다.







예카테린부르크의 시내 한복판에는 강이 흐른다. 러시아 혹한의 추위에 강은 정말 깡깡 얼어서 그 위를 사람들이 산책로 또는 지름길로 이용한다. 처음에는 얼음이 깨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러시아 여행을 하며 여유가 생기자, 얼음이 깨질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강 위에 발자국으로 길이 나있는 것이 보인다.


몇 시간을 걷자 점차 해가 지며 노을이 생기기 시작했다. 탁 트인 공간에서 화려한 건물을 배경으로 생기는 노을은 참 아름다웠다. 퇴근인지 산책인지 강가에 나있는 길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이후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오늘의 저녁을 책임질 식당은 예전에 한국에서 미리 찾아 본 곳으로, 어떤 여행객이 예카테린부르크 광관 안내소의 직원이 직접 추천해 준 식당으로 소개받아서 찾아 갔다는 글을 보고 따라서 가게 되었다. 별다른 정보도 없고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며 비슷한 지형을 보고 찾아가 식당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갈까 생각도 했는데, 그랬다간 추위와 피로로 가까운 패스트 푸드점을 찾게 될 것 같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식당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예카테린부르크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사뭇 다른 러시아 전통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뭐랄까 커플로 와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랄까.. 필자는 홀로 들어가 홀로 앉아 밥을 먹었기 때문에 속속히 커플로 들어오는 손님들을 보고 묘한 기분을 느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고, 생각보다 값이 나가나 한국 물가를 기준으로 치면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니었기에 부담은 없었다. 다만 메뉴판이 키릴문자로 되어 있고 별도의 사진이 없어서 주문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당시 주문을 받던 직원도 영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직원과 본인 둘 다 손짓, 발짓을 다 써가며 설명을 듣고 번역기를 이용해 주문을 했다. 사실 직원으로서 상당히 귀찮았을 텐데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해주어 감사한 마음이다.


일단 러시아에서 유명하다는 샤슬릭을 먼저 주문하고 추가 선택을 하라고 하길래, 설명을 듣고 대충 머섯 소스와 웨지 감자를 추가했다. 기호에 맞춰 소스와 곁들여 먹을 음식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음료는 맥주를 선택했는데 맥주는 별로였다. 


식당에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한가지 해프닝이 있었는데 한창 밥을 먹다가 주머니가 허전해서 보니 카드를 놓고 온 것을 알았다. 맛있게 먹다 말고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그것도 러시아에서 무전취식이라니.. 허겁지겁 온 가방을 뒤져서 현금을 긁어 모았다. 다 모아보니 음식값에 겨우 간당간당하게 모아졌다. 사실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한개를 더 시켜먹을 생각이었으나 그랬다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마감을 하고 숙소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찾아가려는 분들을 위해 식당의 위치를 지도로 첨부한다. 구글 맵에 후기 개수가 많은 것을 보니 꽤나 유명한 레스토랑인 듯 하다.


Sevastyanov's House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해가 져있었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엔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야경이 이쁜 곳이 많아서 야경을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멀리가기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어두워서 부담스럽기도 하여 시내 중심가, 낮에 다녔던 곳을 위주로 구경하며 숙소로 걸어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이쁜 사진을 많이 건져서 만족스러웠지만 당시에 정말 너무너무 추웠다는 기억이 지금은 어렴풋이 남아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겨울 러시아의 밤은 굉장하다.


나폴레옹 케잌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대학 동기 중 러시아과 친구가 추천해준 러시아 간식을 사갔다. 이름이 나폴레옹 케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명칭이 맞는지 모르겠다. 야식으로 굉장히 달달한 파이를 먹는데 맛있지만 혼자 먹기엔 양이 굉장히 많고 약간 느끼한 맛이 있다.



# 2일차: 동서양 경계비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예카테린부르크를 상징하는 기념비, 바로 동서양 경계비이다. 러시아란 나라가 워낙 땅이 넓고 서양과 동양을 아우르는 나라다 보니까 러시아 자체적으로 서양과 동양을 구분했다. 그 곳에 위치한 도시가 예카테린부르크이며, 예카테린부르크에는 사실 많은 동서양 경계비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중에서도 예카테린부트크 시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념비를 보러 갔다. 다만 굉장히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차를 타고 20분정도 가야한다. 도시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고속국도로 보이는 곳을 통해 20분을 가기 때문에 택시를 타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택시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잡은 뒤 미리 찍어둔 지도를 보여주며 기사분께 가달라고 요청했다. 동서양 경계비가 여러개가 있다보니 반드시 갈 위치를 사전에 확인하고 지도로 보여 줄 것을 추천한다.


택시를 타고 동서양 경계비가 있는 곳에 위치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택시 기사에게 잠시 기달려 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정말 외진 곳이라 택시가 가버리면 답이 없다.


동서양 경계비



동서양 경계비의 가장 가운데를 보면 흰색의 라인이 그려져 있다. 그 곳에 동전을 하나 올려두고 왔다. 저 곳은 바로 동양도 서양도 아닌 애매모호한 곳이다.





사진에서 보이 듯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면 상점도 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운영하지 않는 상태였다. 아마도 여름에는 나름대로 활성화 되는 곳인 것 같긴하다.



예전에 울란우데에서 보았던, 비슷한 광경이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토속 신앙과 비슷해 보이는데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화려해서 보기는 좋다.




택시를 타고 동서양 경계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 본 공사장면인데, 촬영당시 뭘 짓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최근 러시아 월드컵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경기장이 예카테린부르크라는게 아닌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저 건물의 목적을 알게 되었다. 그냥 지나갔을 뿐이지만 저 경기장 근처까지 갔다는게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동서양 경계비를 다녀 온 뒤 숙소로 복귀해 아점을 먹은 뒤 다시 시내로 나왔다. 밥으로 전날 구입한 통조림과 햄, 즈와 빵을 먹는데 저렴한 것들만 구입했더니 다들 맛이 없었다. 한국에서 먹는 그런 통조림의 맛이 아니다. 결국 대부분 버리고 전날 샀던 나폴레옹 케잌과 차를 마시며 허기를 달랬다. 


이후 숙소를 나와 마저 둘러보지 못한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 때 봤던 곳을 이른 이간에 다시 들렸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보니 저녁 때와 또 다른 멋이 있었다. 강 옆에 위치한 공원에는 RUSSIA 2018이라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촬영 당시는 2017년 초였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었는데 앞에서 말했듯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의미하는 조형물이었다. 당시에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한국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알게된 사실에 재미를 느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인지 군사와 관련된 추모비나 동상 기념비가 굉장히 많다. 어느 도시를 가던 볼 수 있는데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을 기리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후 기차 시간이 다가와 역으로 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기차를 탑승했다. 


다음 목적지는 니즈니노브고로드로 러시아의 유명 건축물 크렘린이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그 유명한 크렘린은 아니지만 여러 종류의 크렘린을 구경하고 싶어 목적지에 넣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또 공업도시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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