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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6년 8월 대학교 4학년으로 마지막 여름 방학이었다. 마지막 방학을 맞아 예전부터 가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던 일을 실천에 옮기기로 결정, 자전거 국토종주를 출발했다. 계획은 인천에서 부산을 찍고 전라도쪽으로 넘어와 서해안을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다.
평소에 자전거가 없었기에 우선 자전거부터 찾아봤다. 장인은 장비를 탓하지 않지만 어짜피 사야할 자전거였다. 새걸로 사기엔 학생 신분으로 돈이 없었기 때문에 중고를 구입했다. 장비는 엘마파 에포카 E2500으로 입문용 로드로 유명한 제품이었다. 당시에 새제품 가격이 40~50만원 사이였고 중고가 30만원 언저리에서 상태 좋은 녀석으로 구입했다. 이 자전거는 글을 쓰고있는 지금까지도 잘 타고 있다.
준비한 물품은 헬멧, 전조등, 후미등, 기능성 자전거 의류, 패드부착 바지, 반장갑, 자전거 가방, 물병과 물병 거치대, 여분 타이어 튜브와 또는 땜질 도구, 초코바와 같은 간식류 약간이다. 헬멧과 전조등, 후미등은 안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품목이고 나머지는 있으면 좋다. 패드 바지는 오랜시간 자전거를 타면 엉덩이가 배겨 느껴지는 통증, 자전거 가방은 배낭을 맸을 때 어깨와 허리 통증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강추 아이템이다. 추가로 타이어 튜브나 땜질 도구는 혹시나 있을 타이어 펑크를 대비해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한번도 타이어 펑크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가면서 두번의 타이어 펑크가 있었다. 출발 전에 미리 어떻게 사용하는지 정도는 알아두고 가야한다.
나머지는 딱히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친한 대학 선배 중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이 계셔 전조등과 후미등 빼고 위의 장비를 모두 빌렸다.
전조등과 후미등 관련해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나는 동네 자전거를 탈 때 쓰는 천원짜리 싸구려를 아무생각 없이 달고갔는데 이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자전거 도로이긴 하지만 어두운 구간이 많아 시야확보가 필요하고, 조명을 통해 다른사람들에게 자전거가 온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PASSPORT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출발 전에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수첩이 없으면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없어 나중에 인증 메달을 받을 수 없다.
# 1일차: 인천광역시 아라자전거길 ~ 경기도 여주시
지하철을 타고 종주의 시작, 인천 아라자전거길로 이동했다. 아라자전거길 출발점 바닥을 보면 총 길이가 633km라고 나와있다. 사실 어느정도 거리인지 감이 안오기 때문에 이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시작점부터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붉은색 부스가 있으니 빼먹지말고 도장을 찍자.
인천을 지나 한강까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탁 트인 공간에서 자전거도 타고 기분이 좋기 때문에 힘든줄 모르고 재밌게 지나간다. 하지만 양평쯤 오게되면 해도 뜨겁고 점점 지치게된다. 양평을 지나 여주의 이포보까지 오자 너무 힘들었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이미 한참 달려왔기 때문에 아까워서 포기할 생각은 안든다. 그냥 힘들 뿐이다. 여주에 이모가 살고 있기 때문에 첫날은 여주시까지 달려 하루밤 묵고 가기로 했다. 첫날은 적응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일찍 푹 쉬었다. 눕자마자 기절했다.
이 날 누워서 자기전에 생각하고 다짐했다. 부산까지만 가고 바로 기차타고 서울로 오기로..
# 2일차: 경기도 여주시 ~ 경상북도 문경시
자전거 종주 후기를 보면 정말 악명높은 구간이 있다. 그 곳은 바로 이화령 고개. 벌써 2년전 일이라 기억이 많이 희미해져가는데 이화령 고개만큼은 정말 또렷이 기억난다.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경사의 길을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이게 어디가 끝인지 모르니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이화령 고개에 도착하기 전에 충주시 수안보를 지나게 되는데 이 곳이 온천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가족 단위로 온천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보면 됬고 그냥 온천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에 발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더 움직이기 싫어진다.
수안보에서 너무 힘들어 어느 카페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정도 쉰 것 같다. 열심히 달려서 수안보에 도착했다면 지금 필자의 심정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화령 고개에 도착하면 휴게소가 있고 터널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의 시작이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내려가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서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내리막 길을 다 내려오니 문경시가 나왔다. 하지만 문경시에서 머무는게 위치상 애매했기 때문에 문경시를 지나쳐 점촌동으로 이동했다. 딱히 점촌동으로 이동하려고 간 것은 아니고 문경시를 지나쳐 가다보니 그 다음 가장 가까운 시내가 점촌동이었다. 원래 찜질방을 갈 생각이었으나 막상 시내에 오니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했다. 무엇에 홀린 듯 점촌역 주변 모텔을 잡아서 들어갔다. 자전거를 방에 들여놓고 샤워부터 하고 나오니 그 개운함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모텔 바로 앞으로 나가니 잘 정돈된 문화의 거리가 나왔다. 분수도 있고 물이 흐르는 수로도 만들어 시골에서 보기 어려운 깔끔한 공원의 모습이었다.
냉면이 먹고 싶어서 어느 갈비집에 들어가 냉면을 먹었다. 다들 가족 단위인데 혼자 갈비집에서 냉면을 먹고 있으니 꽤나 초라해 보였지만 몸이 힘들면 주변 시선은 전혀 고려사항이 되지 않더라..
숙소로 들어가 꿀잠을 청했다. 이렇게 2일차가 지났다.
# 3일차: 경상북도 문경시 ~ 대구광역시 달성군
문경부터 달성군 사이, 즉 3일차에 나처럼 자전거 종주하는 사람을 만났다. 한참을 가다가 현재 위치가 어딘지 모를 허허벌판을 달리는데 앞에서 자전거 길을 따라 가는 한 분이 말을 걸었다. 속도를 맞춰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행을 하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사실 약간 나이 차이가 나서 부담스럽긴 했으나 계속해서 혼자 가다보니 심심했기 때문에 함께 가기로 했다. 지금껏 별 일 없이 내려와 몰랐지만 이후 벌어진 사건들을 다 해결해주셔서 종주에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어찌어찌 대구광역시 근처에 있는 달성보까지 도착하여 인증 도장을 찍고 주변의 시내로 내려갔다. 함께 숙소를 잡고 근처에 꽤나 큰 규모의 할매국밥집에서 밥을 먹고 기절했다.
사실 3일차는 지금 기억에 남는게 거의 없다. 1일차 이후로는 힘들어서 사진도 안찍고 길도 허허벌판에 강길을 따라서 아무것도 없는 곳을 이동하기 때문에 묵묵히 정말 자전거만 타 뭐 하나 남아있는게 없다.
# 4일차: 대구광역시 달성군 ~ 부산광역시 낙동강 하굿둑 자전거 종주 인증센터
달리고 또 달리다가 잠시 쉬고 또 달렸다. 사실 4일차에서 하루 쉬고 5일차 되는 날 낙동강 하굿둑까지 완주하려고 했다. 천원짜리 라이트를 달고 있던 나는 날이 어두워지면 더 이동할 수 없었고 힘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행하던 형은 굉장히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형이 앞서서 길을 비추며 갈테니 뒤에서 붙어서 이동하여 오늘 완주하자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하여 4일차되는 날은 야간 라이딩까지 경험했다.
쉬고싶었는데 가는 것이라 썩 즐겁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추가로 내가 내 사진을 찍은게 한 장도 없었는데 이 날 두 장 건졌다.
그렇게 가던 중 중간에 자전거 도로 위에 있던 무언가를 밟고 튜브가 터졌다. 땜질 도구를 가지고 있었으나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아 어떻게 하는지 헤맬 때 형이 앞장서서 도와주었다. 이 떄 보고 배운 팁으로 지금도 튜브에 펑크가 나면 스스로 튜브를 갈고, 땜질을 한다. 이 날 총 두번이나 터졌는데 두 번 다 큰 도움을 주셨다.
그렇게 또 별다른 일 없이 달리고 달렸다. 그렇게 낙동강 하구에 도착했다. 며칠을 시골길을 지나고 시골에서 지내다가 본 부산은 굉장했다. 부산하면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로 유명하지 않은가. 애초 계획은 부산에서 쉬면서 신나게 놀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였는데 힘들어서 그만 노는 것도 포기했다.
함께 종주한 형과 대충 저녁을 먹고, 나는 그냥 바로 부산에 있는 친척집으로 갔다.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부산 고모의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하니까 참 허탈, 마지막에 저녁을 먹으면서 들은 이야긴데 형이 타던 자전거가 수백만원대였다. 30만원짜리 타고 가던 나는 경악했다)
자전거 국토종주 완주
3박4일의 이동경로
국토종주를 마친 입장에서 어떤 팁을 드리고 싶은데, 딱히 팁이 없다. 앞서 말한 장비들을 챙기고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만 있으면 된다. 긴 거리라서 혼자가는 길이 심심하기 때문에 함께 할 친구 한명 쯤 있으면 재미는 2배, 3배가 됬을 것 같긴 하다.
날이 어눅어눅해지기 전에 거리를 잘 계산해야 한다. 강길을 따라 이동하는데 중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해가지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도 중간에 쉴 곳이나 숙박할 곳이 없기 때문에 시내까지 가야한다. 때문에 시간을 잘 계산해서 이동해야한다.
처음 계획은 인천에서 부산까지 이동해서 전라남도를 지나 서해안을 따라 서울로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내가 볼 때 이건 정말 무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저건 피할 수 있는 고통인 것 같다.
2년전 일이라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글을 작성하다보니 거의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 것 같지만 국토종주를 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됬으면 좋겠다. 여행을 가거나, 무언가를 할 때 만큼은 일기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때를 되돌아보며 일기를 읽으면 그 상황이 금새 떠오르기 때문에 꽤나 재밌다. 러시아 여행 때는 일기를 썼으나 자전거 종주 때는 사실 그럴 여유가 없기도 했다.
인증메달과 인증서
완주를 해보니 보람은 있다. 또 인증 도장을 찍으며 완주하면 인증서와 메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취감이 두 배가 된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랴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후회는 전혀 없다. 종주를 한 것은 2016년 여름인데 당시는 올해의 살인적인 폭염에 비하면 선선했기 때문에 갈 만 했는데 올 해의 더위라면 온열손상에 대한 대비책도 중요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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