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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대해 한국에서 한 사전조사는 울란우데에서 이미 끝나버렸다. 이르쿠츠크부터는 여행지에 대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조사하고 여행 루트를 짜야했다. 기차에선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이르쿠츠크에 대해 찾아보지 못했고 역에 도착한 뒤에나 검색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역에 도착한 후 버스터미널로 이동, 터미널에서 알혼 섬(Olkhon Island)으로 이동해서 알혼섬에 있는 후지르(Khuzhir) 마을로 이동해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 호수(Lake Baikal)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


한시간 반 가량 이동경로와 방법에 대해 찾아 본 뒤 버스터미널로 가기위해 역에서 나왔다. 역에서 트램을 타고 중앙 시장을 지나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생각보다 버스 터미널이 터미널처럼 생기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 유심히 봐야한다. 여기까지는 순조롭게 왔으나 매표소에서 알혼섬, 후지르 마을을 말하니 대뜸 "NO!"라고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여러번 물어본 것도 아닌 한번 물어봤는데 신경질적인 대답이 나오자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허나 말이 통하지 않아 관계상 을이었던 나는 갑인 매표소 직원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설명을 들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안절부절하는 나를 본 현지인 한 분이 다가와 무슨 문제있냐는 듯한 말을 러시아어로 물었다. 나는 다시 "알혼 아일랜드, 후지르 타운"이라고 하니 오늘은 차가 없고 내일은 차가 있다고 말하는 듯 했다. (다시 말하지만 현지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당시 대부분의 말을 혼자만의 추측으로 이해했다.) 당시 일요일이어서 차가 없나 생각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계획이 모두 틀어져 절망에 빠져 이르쿠츠크에서 하루를 묵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에 후지르 마을에 있는 니키타라는 숙소에서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는 글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셔틀 버스는 중앙 시장에서 탑승한다고 하여 바로 중앙 시장으로 이동했다. 중앙 시장 주차장에 가보니 봉고차가 한두대가 아니었다. 알혼섬으로 가는 차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대의 봉고차가 이르쿠츠크 주변의 여러 지역으로 가는 듯 했다. 봉고차가 보이는 족족 다가가 운전석 문을 두드려 기사님들에게 알혼섬, 후지르, 니키타를 외쳤다. 한 시간을 헤메는데 니키타를 간다는 차가 없었다. 당시 온도가 영하 30도 정도였는데 장난기 쫙 빼고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사설 버스가 찾아도 안보이니 핸드폰을 꺼내 검색을 해야하는데 장갑을 벗고 터치를 하다 보니 손가락이고 발가락이고 눈, 코, 입이고 다 짤려나가는 줄 알았다. 추위에 부들부들 떨면서 '진짜 이러다 얼어죽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휘유~ 알혼?"



한 건장한 사내가 말했다. 나는 곧바로 "예스, 예스! 예스!"를 연발하며 대답했다. 사내가 표를 가지고 있냐고 묻어봐 없다고 대답하니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손가락 하트의 타락 버전..) 비비며 돈을 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내가 알았다고 대답하자 일단 따라오라고 하더니 봉고차 앞좌석을 열어주며 타라고 말했다. 너무 추워서 아무 생각없이 일단 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칫 나쁜 사람이었다면 납치 당해도 모를 수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자 이미 예약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탑승해서 긴장을 풀었던 기억이 있다.


Give me the money


봉고차 운전기사가 요구한 금액은 800루블, 바가지가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 순순히 지불했다. 돈은 내니 작은 표를 주는데 이게 아까 가지고 있냐고 물었던 표인듯 했다. 앞 좌석에 나 말고 한명이 더 타자 드디어 차리가 찼는지 봉고차가 출발했다. 옆자리에는 린린이라는 이름의 28살의 중국인이 탑승했다. 내가 한국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전부 영어를 못했는데 러시아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전부 영어에 유창했다. 린린이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때다 싶어 아까 지불한 800루블이 바가지인가 하고 옆자리의 중국인에게 얼마 냈냐고 물으니 이르쿠츠크의 한 호텔에서 예약했고 900루블을 냈다고 한다. 그제서야 바가지는 아니구나 싶어 속으로 안심했다.



알혼섬으로 가는 길,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가는 길이 꽤나 오래걸려 옆자리의 린린과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알혼섬에서의 숙소 이야기가 나왔는데 린린은 니키타를 예약했다고 한다. (일단 니키타에서 운영하는 봉고차였다..) 나는 린린에게 지금까지 봤던 다른 도시들은 모두 비수기인지 숙소가 텅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따로 후지르 마을의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니 겨울의 바이칼 호수는 인기가 많아 성수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후지르 마을에 가는 도중 휴게소에 한번 들리게 되는데 이때 잠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어 부랴부랴 부킹 어플을 켜서 숙소를 찾아 봤다. 아니나 다를까 저렴한 숙소는 이미 예약이 꽉 찼고 남은 방중에 가장 저렴한 방이 현금 1500루블, 그러나 이르쿠츠크에서 급하게 차를 구해 타고 오는지라 수중에 현금이 전혀 없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가장 저렴한 방은 2400루블이었다. 미리 예약했으면 800루블 정도의 방을 잡을 수 있었는데 돈이 아까워서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2400루블 방을 예약했다. 린린이 아니였다면 이 방마저 못 구해서 얼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알혼섬의 후지르 마을은 굉장히 소규모의 마을로 대부분의 상점이나 숙박 업소에서 카드를 받지 않는다. 또 ATM 기계도 따로 없어서 섬에 가기 전 이르쿠츠크에서 현금을 충분히 뽑아서 가야한다. 사전에 자세히 조사하지 않고, 급하게 섬으로 들어 간 나는 현금이 없어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눈에 보이는 상점은 모두 들어가서 '4500루블을 카드로 긁을 테니 현금으로 4000루블을 줄 수 있냐'는 말을 번역기로 돌려 보여주었으나 모두 거절하다 마지막 한 상점에서 받아주었다. 바로 카드로 예약한 방을 취소하고 현금으로 예약이 가능한 1500루블짜리 방을 예약했다.


사실 이 상점마저 안되면 현금도 없고 앞이 너무 막막하여 그냥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져 바이칼 호수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버 크래프트


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 선착장에 도착하면 이제 호수를 건너 알혼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여름에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 듯 하지만 겨울에 호수가 얼면 그 위를 걸어가거나 수륙양용보트인 호버크래프트를 이용해서 건너간다. 호버크래프트의 뒤쪽에는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뒤로 바람을 내뿜으며 추친력을 얻어 호수 위 빙판을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다만 한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10명 이내로 제한되어 있어 선착장에 사람이 많다면 엄청난 바람과 추위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자 마자 호수쪽으로 이동하여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서면서 보니 돈을 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산 티켓에 호버 크래프트 금액까지 포함됬는지 나와 같은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돈을 낼 필요가 없었다.


선착장에서 한참 기다리는데 어떤 백인계 여행객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조그마한 푸들을 안고 있었는데 그 푸들이 심상치 않았다. 선착장의 매서운 바람과 시베리아의 추위에 정말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떠는게 아닌가. 정말 10분만 더 지나면 얼어 죽는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패딩 형태의 개 옷을 입히긴 했으나 적응을 못하고 추위에 떠는 푸들을 보며, 가족과 같이 생각했기 때문에 여행에도 대려왔겠지만 푸들에게 이런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과 추위로 얼마나 고통받을지 생각하니 정말 주인만의 욕심이 부른 참사가 아닐까 싶었다.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에도 울란우데에서 봤던 구조물이 있었다. 아무래도 토속신앙이 맞는 듯 한다. 주변에 보면 러시아어로 쓰여진 간판이 있는데 구조물과 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보이나 읽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섬의 끝자락에서 내려다 본 호수의 모습이다. 여름의 바이칼 호수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겨울의 바이칼 호수의 모습은 여름에 절대 뒤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장관이었다. 겨울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못하더라도 겨울의 바이칼 호수는 꼭 방문하길 추천한다.




솟대같은 구조물 근처에서 길을 잘 찾아보면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밑으로 내려오면 깡깡 얼어있는 바이칼 호수의 위를 걸을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과 밑에서 직접 걸으며 보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섬의 한쪽에 서서 한참을 제자리에 서 풍경을 감상했다. 해가 지면서 생기는 노을을 보면서 한참을 서있었다. 호수가 분홍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또 굉장한 장관을 만들어 냈다. 섬에는 가끔 개들이 돌아다닌다. 이 개들은 사실 한국에 있는 개들과 다를바 없게 생겼는데 영하 30도에서 돌아다니면서 별로 추운 내색을 안하는 걸 보니 이 온도에 잘 적응한 것 같다. 반면에 섬에 들어오는 선착장에서 봤던 사시나무 떨듯 떨던 푸들이 떠오르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물들도 다 적응하기 나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나는 알혼섬 북부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알혼섬에서 가장 유명한 숙소인 니키타 하우스를 찾아갔다. 니키타 하우스에서 알혼섬 북부투어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찾아가니 여직원이 있었는데 영어가 굉장히 능숙해서 대화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북부투어는 현금 900루블, 카드로 결제하면 930루블이다. 언제 또 현금이 필요할 지 몰라서 나는 카드로 결제했다. 다음날 아침에 숙소로 데릴러 온다고 하여 숙소 이름과 위치를 알려준 뒤 나는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갔다.


1500루블에 예약한 숙소로 가니 주인은 없고 부킹 어플로 메세지를 보내니 문이 열려있으니 일단 들어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돈을 내라고 연락이 왔다. 숙소도 알고보니 생긴지 얼마 안되고 2인실에 깔끔해서 하루 더 잘까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보니 난방이 잘 안되서 춥고, 샤워기에서 물이 안나와서 바로 다른 숙소를 알아봤다. 물이 내 방만 안나오나 싶어 앞 방을 노크해서 물어보니 앞 방은 잘만 나오더라.. 앞 방에는 첸이라는 중국인이었는데 괜찮으면 자기 방 샤워실을 쓰라고 배려해줘서 겨우 씻을 수 있었다. 샤워 후 아침일찍 있을 북부투어를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 2일차: 알혼섬 북부투어





날이 밝자 숙소 앞으로 차가 도착해서 탑승했다. 차에는 6명의 중국인 단체가 있었는데 친구인지 가족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6명 한팀에 달랑 나 혼자 있어서 상당히 부담스러웠으나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말도 자주 걸고 이것저것 대화를 많이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도민준, 전지현 성대모사를 하는데 별로 비슷하진 않았다. ^^ 전지현이 치킨 먹는 모습을 보고 치킨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북부투어가 시작되자 같은 모양의 차가 줄줄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같은 코스를 시간 간격을 두고 이동하는 듯 했다. 보아하니 동양인은 동양인끼리, 서양인은 서양인끼리 묶어서 팀을 짜주는 듯 하다. 


차를 타고 호수 위를 달리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최대한 추운 날의 투어를 추천한다. 그래야 호수가 깨질 일이 없을테니..







얼어 붙은 호수 밑바닥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파랗다가 검은색으로 변한다. 얼음에 금이 가있지만 굉장히 단단하게 얼어있어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너무 추워서 다 얼음이기 때문에 물기가 없어 생각보다 미끄럽진 않다. 혼자였기 때문에 주변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마다 버스 기사들은 이렇게 모여서 흡연 및 잡담을 하신다. 자세히 봤는데 꽁초는 그냥 아무대나 버리신다. 옷차림이 굉장히 따듯해 보여서 부러웠다. 겨울 바이칼 호수는 정말 춥다..





목적지 마다 내려서 각자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시간을 준다. 위 사진의 장소는 배를 대는 선착장같은 모습이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 잘 모르겠다. 이 때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던 첸과 가오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둘과 같이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첸은 딱히 직업이 없고 혼자 여행중이며 가오는 공대에서 전기 공학을 배운다고 한다. 지금껏 만난 중국인들은 모두 영어를 굉장히 잘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버스 기사님이 어느 공터에 도착해서 테이블에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추운데 굳이 밖에서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이것도 추억이겠거니 하고 순순히 따랐다. 메뉴는 콩밥에 닭구이 한조각, 그리고 (굉장히 딱딱한 돌덩이)식빵에 으깬 감자를 넣은 샌드위치, 홍차였다. 솔직히 식어서 차갑고 정말 맛 없었지만 살기위해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 홍차는 뜨거워서 좋았다. 정말 추운 날씨에 맨 손으로 밥을 먹다보니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을 느끼는데 그 때마다 홍차를 들고홀짝홀짝 마시면 응급조치가 가능하다. 


식사 준비를 기다리며 밖에 있던 우리는 춥다고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버스 기사님이 뭐라고 말하시는데 표정과 말투를 보았을 때 '뭐 이정도로 춥다고 난리냐'는 뜻 같았다. 나는 식사를 준비하던 기사님의 손을 봤는데 정말 시뻘건 (곧 보라색으로 변하겠다 싶은)색 이었다. 정말 언행불일치였지만 표정만큼은 굉장히 태연해서 정말로 안추운건가 아리송했다.



밥을 먹고나서 다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버스 기사님이 차 위에 올려주는 훈훈한 장면같지만 사실은 내려오라고 소리치는 장면이다. 저분들은 끝내 사진을 찍고 내려오셨다.









사진으로 보면 잘 실감이 안나지만 사실 굉장히 가파른 절벽이다. 절벽위에 서 있으면 바람도 많이 불고 높이도 높아 꽤나 무섭다. 경치하나는 끝내준다.


유일하게 남은 컨셉사진


같은 차를 타며 다니던 중국인 일행이 이 곳에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웃통을 벗고 단체사진을 찍자는 제안이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 승낙했다. 영하의 날씨에서 벗고 보니 생각보다는 버틸만 했다. 이 때 재밌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한장 빼고는 사진 파일이 날라갔다. 이 사실을 최근에 알아서 예전에 받은 메일주소로 다시 연락했는데 답장이 없다. 너무 아쉽다.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서 급하게 찍은 스냅샷



정말 높고 가파른 곳이었기 때문에 위험했던 곳이다. 하지만 너무 탁 트인 공간이라 높이에 비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투어를 쭉 돌고 돌아와 추위 때문에 너무 피로가 누적되어 하루를 푹 쉬기로 했다. 새로 구한 숙소는 약간 비싼 감이 있었지만 들어가보니 굉장히 아늑했다. 난방도 잘 되고 따듯한 물도 잘 나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이제 다음 날이 되면 바이칼 호수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일출을 보기로 마음먹고 잠에 들었다.



# 3일차: 복귀 날





아침 일찍 나오니 낮보다 3배는 추웠다. 바람은 정말 칼날같아서 피부가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코에서는 묽은 콧물이 흘러 자꾸 찝찝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일출을 보기위해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일찍 나오는 바람에 일출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나보다 먼저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얼마나 추웠을지 안쓰러웠다.



상상했던 선라이징은 없었고 그냥 해가 질때랑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새벽의 마을은 굉장히 고요하고 적막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걸 보며 따듯한 방을 생각하며 얼른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저번에 같은 숙소 건물을 썼던 가오를 만났다. 가오가 밥먹으려고 식당을 찾아보는 중인데 밥 안먹었으면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하길래 흔쾌히 승낙했다. 딱히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서 니키타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뭘 시켰는지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주문한 음식은만둣국에 휘핑크림 비슷한 크림을 타서 먹는 음식이었다. 가오는 팬케이크 비슷한 음식을 시켰는데 두 메뉴 모두 나름 먹을만 했다.


예전에도 느낀 점이지만 러시아의 음식은 맵고 짜고 화려한 맛은 없다. 재료 본연의 맛의 음식이 많고 일단 추위에 떨다보면 따듯하면 그냥 다 맛있다고 느껴진다. 우스갯소리로 생존을 위해 먹는다고 생존식량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밥을 먹고 점심 쯤 되서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 니키타 하우스의 사설 버스를 탑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돌아갈때 까지도 버스터미널에서 운영하는 버스는 본 적이 없다. 그냥 숙소에서 운영하는 사설 버스를 타는게 쉽고 간편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가격을 제 각각으로 받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니 주의하고 타면 될 것 같다.


미니 버스를 타고 알혼섬 선착장까지 간 뒤 호버크래프트를 기다리던 중 꽁꽁 언 바이칼 호수를 걸어서 가는 사람들을 보고 언제 이 호수를 걸어서 건너가 볼까 하며 나도 걸어서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가까운 거리도, 먼 거리도 아닌 걷기 적당한 거리이고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한번 쯤은 걸어서 이동해는 것을 추천한다. 호수 바닥이 깊어 끝이 안보이기 때문에 은근 스릴도 있다. (혹시 모르니 반드시 한겨울, 굉장히 추울 때만 시도 할 것) 선착장에 도착하여 다시 버스를 탑승하고 이르쿠츠크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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